[역사속 경제리뷰] 자유로 귀신 괴담, 도시 개발과 연관돼
2022-05-17 어기선 기자
자유로 만들어진 이유
자유로는 서울특별시 가양대교 북단에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까지 연결된 고속화도로이다. 임진각 경내에 있는 ‘자유의 다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1990년대 남북통일 대비용 연결간선도로 건설 및 일산신도시 등 경기도 서북지역 개발에 따른 도로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건설했다. 북한과 연결되는 간선도로이고 왕복 10차선이다. 이 도로의 개통으로 인해 서북권역 교통사정이 좋아지면서 행주대교에서 임진각까지 빠르면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실제로 자유로는 개성공단이 가동되면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자유로를 통해 물동량이 오가면서 남북 교류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자유로의 건설은 파주 등 서북부권의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 그동안 서북부권은 군사작전 지역으로 묶이면서 개발이 되지 못했지만 자유로가 건설되면서부터 건설회사들이 엄청나게 관심을 갖는 지역이 바로 서북부권이었다.안개가 심하고 가로등 없는 지역
다만 자유로가 야간 주행하기 가장 부담스런 길로 유명하다. 특히 헤이리부터 임진각 종점까지의 구간이 더했다. 성동IC를 지나면 많던 가로등이 갑자기 사라지고 칠흙 같은 어둠이 이어진다. 상향등을 켜고 가야 하지만 마주 오는 차 입장을 생각해야 하니 상향등을 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군사작전 지역이기 때문에 가로등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는 아예 가로등이 없었다. 경계초소에서 경계를 서기 위해서는 주변의 불빛이 밝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불빛이 아무도 없는 상태가 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가로등이 없으면 없을수록 경계를 서는 것은 더욱 쉬웠기 때문에 국방부는 자유로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결국 2004년 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다른 도로에 비하면 가로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문산 구간에 들어서면 임진강 강안경계 보안등의 불빛만 있을 뿐이다. 안개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사실상 차량이 움직이기 쉬운 지역은 아니다. 때문에 안개 속에서 착시현상이 자유로 귀신이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자유로 귀신 목격담 상당수가 안개가 낀 날이었다.폭주족+가로등 부족이 만든 괴담
또한 자유로는 토끼, 고양이,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왕왕 지나다니면서 로드킬이 많은 구간이다. 게다가 개통 초창기에는 최고 제한 속도 제한 표지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다. 이름이 ‘자유의 다리’에서 따왔는데 ‘자유로’라고 하니 폭주족들에게는 가장 적합한 도로라고 판단했다. 이에 폭주차량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2010년 구간 단속을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구간 단속이 지정되기 시작하면서 자유로 귀신 괴담이 점차 사라지게 됐다. 이와 더불어 파주 지역이 개발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늘어나게 됐고, 그에 따라 차량이 늘어나면서 폭주족들이 더 이상 자유로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이런 이유로 폭주족이 사라지고, 가로등이 점차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유로 귀신 목격담이 사라지게 됐다.화물차 운전기사는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자유로 귀신 괴담은 화물차 운전기사에게는 해당이 안됐다는 것이다. 대형 트럭 같은 대형차종 운전기사는 자유로 귀신을 전혀 모르다가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그것은 자가용 등의 차량 운전석 위치와 대형 화물차량 운전석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운전기사의 위치에 따라 자유로 귀신 목격담이 다르다는 것은 운전사의 착시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대형차량 운전기사의 괴담은 따로 있다. 트럭운전사가 생리적인 욕구를 느껴서 갓길에 트럭을 세우고 볼일을 보러 수풀 속으로 들어간 후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나거나 트럭 문이 여닫는 소리가 들려서 트럭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괴담이 나돈 것은 갓길주차가 안전상 위험하다는 것과 야밤이 노동을 해야 하는 운송기사의 애환이 담겨져 있다. 자유로가 생겨나면서 파주출판단지가 생겨났고, LG디스플레이 공장과 개성공단이 가동되면서 대형화물차량의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자유로 귀신과는 별개로 자유로 괴담이 나타난 것이다.도시 개발과 연결된 괴담
사실 자유로 귀신 괴담은 신도시 개발과 연결이 돼있다. 신도시 개발 때마다 편의시설 부족 및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온갖 괴담이 발생한다. 그것은 신도시 생활의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귀신의 출몰이나 괴담이 출몰하는 것은 구도심의 개발 필요나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생활 불편함 때문이다. 도시는 개발되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밟는다. 그 과정 속에서 지역 주민의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런 불편은 결국 괴담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예컨대 자유로 귀신 괴담은 가로등의 부족에서 나온 것이다. 학교 괴담 역시 마찬가지다. 1980년대 학생인권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각 학교마다 각종 괴담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학생 인권이 향상되면서 점차 괴담은 사라지게 됐다. 다만 성적 위주 정책으로 인해 1등과 2등의 갈등이 또 다른 학교 괴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괴담이 사라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CCTV의 발달이다. 과거에 강력 사건이 발생되면 목격자가 있어야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CCTV가 이제 지역 곳곳에 설치되고, 각 차량마다 블랙박스가 설치되면서 미제사건도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러다보니 괴담이 점차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유로 귀신 괴담은 일산 신도시 개발과 파주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만들어낸 괴담인 것이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자유로 귀신 정체가 가수 김태원??
한 가지 우스개소리는 자유로 귀신 정체가 가수 김태원이라는 이야기다. 가수 김태원이 일산에 거주할 때 비가 오면 밤에 산책을 나가는 취미가 있었다고 했다. 여성 같이 호리한 몸과 긴 머리였기 때문에 자유로 귀신이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김태원이 이사간 후 자유로 귀신 목격담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자유로는 자동차전용도로이기 때문에 아마도 자유로 근처를 서성이지 않았겠냐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