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암호화폐 시장, 이대로 저무는건가

2023-05-20     전수용 기자
출처=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금융투자자들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는 양상이다. 가격이 하루아침에 0원에 가깝게 폭락한 이른바 ‘루나 사태’는 이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루나’ 사태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전세계적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주식시장은 시들해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욱 암울한 모습이다.

美 증시, 80% 하락도 ‘일상다반사’

-82%. 최근 미국 증시에서 사상 최고가 대비 이 정도 급락하 주식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빈후드를 비롯해 리비안, 로블록스, 쿠팡, 줌 등 최근 2∼3년 내 상장한 후 급등했던 종목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코인베이스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종가가 최고가인 354달러에서 82% 급락한 63달러 가량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마저도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더 떨어졌다가 회복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코인베이스는 1분기 매출이 11억6천 달러(약 1조5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면서, 상정 이후 처음으로 4억3천 달러(약 5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날 73.6달러로 장을 마감했던 주가는 발표 이후부터 폭락해 이후 몇일간 50달러 초반에 머물렀다. 여기서 코인베이스의 실적 하락과 적자전환의 주요 이유를 살표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위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연하면, 양적 팽장의 시대가 저물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암호화폐 대부분의 가격들이 급락하며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결과이다. 나스닥에 따르면 실제로 코인베이스의 1분기 사용자 수는 920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 가량 줄었고, 거래량도 43.5% 감소하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

빗썸 매출도 ‘반토막’

이런 상황은 국내 거래소라고 예외는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빗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48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2502억원 대비 ‘절반’ 가량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845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2178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실적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은 국내 1위 거래소인 두나무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나무는 지난해 말 기준 3조7천억원의 매출과 3조3천억원의 영억이익이라는 놀라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매출이 감소했을 것이 시장의 흐름상 자명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사업 확장 등을 위해 고임금의 인력 채용을 확대한 것도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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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래소들은 그래도 ‘흑자’...코인베이스는 왜 적자까지?

그런데 빗썸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코인베이스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암호화계 거래소의 사업 모델 자체가 ▲서버비와 통신비 등 매출 원가가 매출 대비 미미한 수준이고 ▲영업 비용의 대부분도 인건비에 한정돼 있어서 ▲영업 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정비 효과가 커서 매출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다. 어느 정도 틀만 형성되면 마치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파는 형국인 셈이다. 때문에 코인베이스의 1분기 비용 구조를 살표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출은 11억6천만 달러였는데, 매출 원가에 해당하는 거래 비용은 총 2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거래 비용만 살펴보면 전년 동기 기록한 2억3천만 달러 대비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기록한 5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매출 변화와 어느 정도 연동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영업 비용 항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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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정비용’

우선 마케팅 비용이 2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 2.5억 달러와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1.2억 달러 대비해서는 크게 증가했다. 대부분의 고객 유치와 거래 유도를 위한 이른바 퍼포먼스 마케팅 비용이었지만, 큰 화제가 된 수퍼볼 광고 비용도 포함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으로 광고는 성곡적이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으로 기술개발 비용과 일반관리 비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보다 각각 24%, 39% 증가한 5억7천만 달러, 2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717명이었던 임직원 숫자가 무려 4948명으로 3배 가량 급증한 것이 치명적인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해 코인베이스 측은 향후 신사업 개발과 플랫폼 고도화 그리고 법률 및 준법 감시 등 분야의 인력 충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타 비용은 지난해 4분기 7천만 달러였다가 2억6천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코인베이스가 보유 중인 암호화폐의 평가 손실이 대규모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 손실은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한다면 다시 평가 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볼 수도 있기는 하다. 결국 코인베이스의 적자는 시장의 급랭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인력 등 고정비를 늘리고, 과도한 마케팅을 집행하면서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주요 사업자들이 과점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러한 영업비용이 크지 않고, 개발자를 비롯한 인력 채용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인 국내 사업자들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