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일본 몰락, 메이와쿠-모노쓰쿠리에 대해

2022-05-23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올해 초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몰락’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일본 언론들은 “몸은 일본에 있으면서 재산은 해외로 도피시키고 있다”면서 ‘일본 침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일본 몰락에 대한 진단은 비단 일본 내에서만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서도 일본 몰락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한때 일본이 전세계 경제 2위의 국가였지만 이제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침몰 속에서 일본은 각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본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 현상 때문이고, 그것은 일본의 역사를 관통해왔기 때문이다.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

일본이 활력을 잃어버린 것은 이지메 현상이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지메 현상의 대표적인 사건이 1986년 2월 1일 일본 도쿄도 나카노구에서 일어난 ‘나카노후지미중학교 이지메 자살 사건’이다. 일본에서 이지메에 의한 자살사건으로 사회적 여파가 무척 컸던 사건이다. 해당 사건 이전에도 이지메 피해자 자살 사건이 간간히 있어왔지만 일본 전국단위로 엄청난 파장과 경각심을 일으킨 사건이다. 히로시군이 집단괴롭힘 현상 즉 이미메로 인해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당시 교사들은 가벼운 장난 정도로 치부했다. 그리고 피해자인 히로시군 가정에게도 비난이 이어졌다. 가족들이 피해자인 히로시군이 자살할 때까지 말리지 못했냐는 비난이었다. 이는 일본 특유의 메이와쿠 문화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혐오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와(和)라는 이름으로 공동체에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면서 좀 튀는 사람들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현상 즉 이지메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런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은 결국 사회를 경직화 시키게 된다. 정보화 시대 이전 즉 산업화와 군국주의 체제에서는 메이와쿠와 이지메가 사회를 주도하는 ‘사상’이 될 수 있었다. 산업화라는 것이 어차피 인간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을 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출이 가능했다. 즉, 한때 일본이 경제 2위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으로 인해 조직에서 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에 불만을 갖지 않고 추진하는 그런 사회가 된 것이다. 실제로 미나마타병 사건이 터질 대에도 피해자들은 질병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마을사람들로부터 마을 이미지를 망친다면서 오히려 쫓겨나기도 했다. 최근에도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이 있다. 바로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가 전파됐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확진자의 동선을 세상에 공개해서 더 이상 전파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확진자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확진자 중 일부는 집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면서 자살까지 했다.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은 군국주의시대나 산업화 시대에서는 조직의 통제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이지만 정보화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쓸모없는 문화가 됐다. 조직을 획일화하고 통일화하는 것은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창의성이 파괴되면서 더 이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 수 없는 것이 된다. 그것은 사회를 정체시키게 된다. 일본이 정보화시대로 들어서면서 발전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메이와쿠-모노쓰쿠리에

장인정신, 모노쓰쿠리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장인정신이다. 모노쓰쿠리 즉 장인정신은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 중 하나이다. 일본이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것도 ‘모노쓰쿠리’ 때문이다. 모노쓰쿠리란 장인정신을 갖고 혼신의 힘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일본말로 일본 경제가 세계 최고의 제조업이 된 바탕에는 모노쓰쿠리가 있다. 모노쓰쿠리의 기본 정신은 ‘제업즉수행(諸業卽修练)’이다. 즉 노동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매우 좋은 일이며 인격수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모노쓰쿠리가 제조업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렸고, 일본 제품하면 최고의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그것은 ‘엔화’랑 연결되면서 일본 제품이 날개돋힌 듯이 팔리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1985년 9월 22일 플라자 합의를 계기로 무너지게 됐다. 미국 플라자 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재무장관이 합의한 것인데 미국이 인위적으로 다른 나라 화폐들 특히 일본 엔화의 가치를 올리고,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종의 환율 조정 사건이다. 일본 엔고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본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일본 제품을 접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비싼 가격으로 접하게 되기 때문에 구매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즉, 일본으로서는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제조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모노쓰쿠리를 고수하면서 제조기업들이 하나둘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모노쓰쿠리는 ‘제조업’ 시대에는 통용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는 가치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하나만 끝까지 고수해서 제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원주의나 다양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서는 모노쓰쿠리는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현재 모노쓰쿠리가 통용되는 것은 몇십년이나 몇백년 된 음식점에서나 통용되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낙후된 디지털 문화

일본이 몰락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낙후된 디지털 문화이다. 일본이 디지털이 엄청나게 낙후됐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일본이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코로나  시국에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난해 중의원 선거이다. 중의원 선거 당시 군마현 오타시 공무원들은 연필 1만자루를 직접 깎아야 했다. 그 이유는 일본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한자나 히라가나로 직접 쓰도록 하는 일본 특유의 선거방식 때문이다. 연필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깎아야 했다. 우리나라처럼 원형의 기표용기로 도장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서 투표를 위한 필기도구가 필요하고, 그것이 연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시대에 재택근무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설문조사를 했더니 재택근무 비율이 5.6%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안되는 이유는 종이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일본 특유의 도장 문화 때문이다. 종이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근을 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도장을 기계로 찍는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벌써 도장이 사라졌지만 일본에서는 도장 문화가 남아있다. 물론 최근 들어 도장 문화가 많이 퇴출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도장 문화는 일본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팩스 문화 역시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집계를 팩스로 하다보니 실시간 집계가 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만큼 아직도 팩스에 의존하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