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주식 투자방향, ‘미래’ 보다 ‘현재’ 선택 중

2023-05-24     전수용 기자
출처=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증권시장에서는 ‘성장주’와 ‘가치주’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요즘같은 금리 인상시기에는 성장주 보다는 가치주에 투자하라는 말도 있다. 통상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성장주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증권시장에서도 투자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미래 가치와 유동성에 기대 고공행진했던 성장주 대신 기업의 실제 가치와 현재에 투자하는 가치주로 흐름이 넘어가고 있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

사전적 의미로 성장주는 현재의 이익 성장률이 높고, 미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주식을 의미한다. 혹은 이익은 아직 적자이지만 해당 기업을 이용하는 고객이 급증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기업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미국의 경우 성장주를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고객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가치주는 기업의 실적이 꾸준한데, 회사 자산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의미한다. 이익이 많이 늘어나진 않지만, 안정적으로 꾸준한 기업이다. 가치주의 대가라고 하면 '워런 버핏'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가 가장 비중 있게 투자하는 종목은 코카콜라, 은행주이다. 소비재, 은행, 통신업종이 대표적인 가치주입니다.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할 때 대개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PBR)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PER이 10배 이하, PBR이 1배 이하면서 이익이 꾸준한 기업이라면 저평가된 주식. 즉, 가치주라고 할 수 있다.
출처=픽사베이

가치주 펀드 수익률 ‘굿’

여러 악재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치투자를 전략으로 삼는 펀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중 8개가 가치투자 펀드였다. 최대 5% 가까이 수익률을 낸 펀드도 있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21%)과 비교하면 대비된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3.8% 하락한 만큼 코스피 지수 대비 추가 수익률은 7~8%포인트에 달한다. 최근 3개월 수익률 1위 펀드는 1세대 가치투자자의 대표주자인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빅테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하는 ‘에셋플러스알파로보코리아인컴펀드'(4.86%)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가 중소형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4.33%)’와 ‘한국투자거꾸로펀드(4.16%)’가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VIP자산운용이 자문하는 다올KTBVIP스타셀렉션 펀드(3.07%)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2.46%)와 KB밸류포커스펀드(1.96%), 한국투자롱텀밸류펀드(1.2%),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1.03%) 등도 수익률 10위권에 포진했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가치 투자’가 주목을 받았다. 높은 수익률 덕이다.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각각 ‘딥 밸류’(185%)와 ‘코어 밸류’(182%)에서 괄목할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흐름이 바뀌며, 이미 가치투자가 높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총 ‘10조 클럽’도 지각변동

투자 방향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화하는 양상은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이하 시총) 순위가 요동치게 만들었다. 유동성 장세가 꺾이자 성장주가 밀려난 사이 정유·철강·금융·조선 등 전통 산업주가 치고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종가 기준 시총 10조원 이상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41개로 지난해 말(42곳)과 비교해 1곳 감소했다. 이 기간 시총 순위 10위권 중 올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3개 종목의 순위가 조정됐다.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그 시대의 주도 업종을 반영하고 있는 2위서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 시총 순위 2위였던 SK하이닉스는 3위로 내려왔다. 역대급 공모주인 LG에너지솔루션이 연초 2위로 입성하면서 순위가 한 계단 후퇴했다. SK하이닉스 시총은 95조3683억원에서 82조264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약 한 달여 만인 지난 20일에 다시 시총 100조원대로 복귀했다.
네이버
다만 일부 2차전지주를 제외한 성장주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특히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의 시총 순위가 3위에서 6위로, 카카오는 6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 시총은 네이버가 62조926억원에서 45조5236억원으로, 카카오는 50조1508억원에서 36조8149억원으로 감소했다. 각각 약 14조5000억원, 13조3000억원씩 줄었다.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시총 ‘10조원 클럽’ 명단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엔터·게임·바이오 업종인 하이브, 엔씨소프트, 셀트리온헬스케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넷마블은 올해 시총 10조 클럽에서 빠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시총이 지난해 말 17조2125억원에서 지난 20일 9조3293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가 이날 10조원대를 회복했다. 게임 업종 중에서는 크래프톤만 유일하게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역시 22조5248억원에서 12조5870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반면 정유·철강·금융·조선 등 시장에서 소외됐던 가치주들이 시총 10조원대에 진입했다. 전통 산업주인 에쓰오일(9조6483억원→11조8212억원), 고려아연(9조6426억원→10조8691억원), 우리금융지주(9조2463억원→10조6661억원), 현대중공업(8조45122억원→10조2089억원)이다. 에쓰오일은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주목받았고 고려아연은 원자재 가격 인상의 수혜를 입었다. 금융주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이자이익 기대에 따라 수혜주로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현재 증시가 가치주 중심의 시장이 전개되고 있지만 급락한 성장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질 시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장주의 부진은 금리 방향성과 관련이 높고 가치 스타일에 대한 매력은 장기적으로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다만 미국 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고 구리 가격도 최근 중국 경기 우려와 함께 진정되고 있어 성장주 가격 조정이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