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5월 25일 뽀뽀뽀 방송 송출
2023-05-25 어기선 기자
제발 학교 가~~
초창기에는 오전 7시 50분에 시작해서 8시 10분까지 방송을 했다. 초등학생들의 등교 시간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부모들이 등교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부모들은 학교 늦는다면서 빨리 등교를 시키려고 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뽀뽀뽀를 모두 시청하고 등교하겠다고 떼를 쓰면서 한때는 부모들이 방송국에 항의를 하기도 했고, 결국 방송시간을 오후에 옮겼다. 초창기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부모들의 몰이해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뽀뽀뽀를 시청하게 하는 것을 크게 권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변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었던 시대에 뽀뽀뽀는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를 부모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뽀뽀뽀가 방영되는 20분은 부모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시간이다. 그 시간만큼 자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뽀뽀뽀가 어느 순간부터 부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시작했다.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로 시작하는 뽀뽀뽀 주제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만약 모른다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이다. 해당 주제곡은 뽀뽀뽀 초대 PD였던 이재휘 PD의 작품이다. 당시 출근하려는 자신을 붙잡고 우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악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뽀뽀뽀 주제가는 이제 국민적 사랑을 넘어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을 정도가 됐다. 탈북민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뽀뽀뽀 주제가가 유행을 할 정도라고 한다. 뽀뽀뽀 주제가는 어른들에게도 추억이 되면서 각종 집회나 시위에서도 노래 가사를 바꿔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뽀뽀뽀 주제가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1990년대 케이블 방송 등장
뽀뽀뽀가 위기를 맞이한 첫 번째 단계는 1990년대 케이블 방송의 출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변변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뽀뽀뽀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이 생기고 나면서 뽀뽀뽀를 대체할 어린이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에서 24시간 방영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청률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방송시간대를 오전에서 오후로 옮기면서 뽀뽀뽀에 대한 시청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후 방송 시간은 한창 밖에서 뛰어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린이들도 학원 등등에 얽매였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바깥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이 ‘일’이라고 할 정도로 외부활동이 활발했다. 그러다보니 뽀뽀뽀의 시청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뽀뽀뽀가 갖는 첫 번째 위기였다.스마트폰 출현
뽀뽀뽀의 두 번째 위기는 스마트폰의 출현이다. 스마트폰이 출현을 하면서 유튜브나 게임을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게 됐다. 다양한 컨텐츠를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케이블 방송 어린이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위기를 맞이할 정도로 강력했다. 특히 교육용 게임 등도 개발됐기 때문에 과거처럼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뽀뽀뽀와 멀어지게 된 셈이다.누리과정 도입
또 다른 위기는 2012년 박근혜 정부 당시 누리과정 도입이다. 누리과정은 3~5세(한국나이 5~7세)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내놓은 제도인데 이중에는 어린이집 지원이다. 해당 어린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 부모들에게 그만한 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을 꺼려했던 부모들도 어린이집에 보내게 만들었다. 3세 이상이 되면 낮에는 어린이집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했다. 뽀뽀뽀 시청시간대에 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뽀뽀뽀를 시청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다원주의 사회로
또 다른 이유는 사회가 점차 다원주의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한부모 가정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동성끼리 가족을 이루는 등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것을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페미니즘의 급부상은 뽀미 언니의 역할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등 사회의 다양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어린이 프로그램에 담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게 됐다. 예컨대 뽀뽀뽀의 주제가의 경우 ‘성역할을 고정시킨다’는 비판도 받기도 했고,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부분은 성추행을 유발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튜브의 경우 특정 주제와 특정 콘텐츠를 갖고 자신 마음대로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지만 공중파 어린이 프로그램은 각종 규제와 제약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뽀뽀뽀는 폐지와 부활, 휴식기 등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40여년이 된 우리나라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2013년 뽀뽀뽀 폐지 소식에 시민단체들이 “MBC의 횡포”라면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