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예대금리차 공개 결정에 억울한 ‘인터넷은행’
2023-06-02 전수용 기자
예대금리차 매달 공시하기로 합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24일과 26일 두 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첫 회의에는 시중은행 7곳과 인터넷은행 2곳, 두 번째 회의에는 시중은행 5곳의 금리 공시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과 은행들은 향후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사이트를 통해 대출자의 개인신용평점을 기준으로 은행별로 예대금리차를 매달 공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3개월마다 공시하는 분기보고서에 순이자마진(NIM) 등 개괄적 수치로만 공개되고 있다. 대출 금리의 경우 은행들은 현재까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매월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5개 구간으로 나눠 전월에 실제 취급한 대출의 구간별 평균 금리를 공시해왔다. 예를 들면, A은행 5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신용등급별 금리는 '신용 1∼2등급 3.74%, 3∼4등급 3.69%, 5∼6등급 3.89%, 7∼8등급 3.36%, 9∼10등급(대출 실적 없음)' 등으로 명시하고 마지막으로 '평균 금리 3.75%'와 같은 식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시는 실제 금융소비자들에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아닌 개인신용평점(0∼1000점)을 쓰면서 기존 공시로는 자신의 대출 금리 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각 은행은 개인신용평점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 12등급, 10등급, 15등급 등 다양한 수의 등급 구간을 나눠 대출 금리를 매기면서도 은행연합회 공시에서는 억지로 5개 구간(10개 등급)으로 합쳐 공개해왔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새 공시 시스템에서 각 은행은 매달 개인신용평점을 50점씩 20개 세부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 신규 대출 평균 금리를 밝히고, 이 대출 금리에서 해당 월평균 수신(예금) 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도 공개한다. A은행 5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개인신용평점별 금리는 구간별로 '신용평점 951∼1000점 대출 금리 3.45%·예대금리차 1.43%포인트, 신용평점 901∼950점 대출금리 3.50%·예대금리차 1.45%포인트' 등 형태의 공시가 예상된다.억울한 인터넷은행
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예대마진 공시 도입이 정치권의 기존 주요 시중은행들에 대한 이익 축소 명분 쌓기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은행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의 전체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인다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1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1.4%에 달했다. 케이뱅크(20.2%)와 카카오뱅크(19.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에 비해 토스뱅크는 7.5%포인트, 케이뱅크는 3.6%포인트, 카카오뱅크는 2.9%포인트 비중이 늘었다. 인터넷은행들은 고신용자보다는 은행권 문턱을 넘기 힘든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해왔다. 금융당국도 서민 금융 지원 강화 차원에서 이를 권장해 왔다. 문제는 예대금리차 공개 수준에 따라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품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들로서는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예금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더라도 상품이 1∼2개인 곳도 많아 예금금리 평균을 낼 때 불리해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은 최근 들어서야 흑자 전환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영업이익 규모가 훨씬 큰 시중은행보다도 큰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