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떼창

2023-06-03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난 후 주요 대학에서 축제가 열리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떼창’이다. 여러 대학 커뮤니티 등에서 축제에 참여했는데 가수들의 공연에 떼창을 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떼창을 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만큼 떼창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 민족이다. 실제로 외국가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할 때 떼창에 놀라기도 한다. 예컨데 마룬 5, 뮤즈, 어벤지드 세븐폴드, 이디나 멘젤 등은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때 떼창에 감동을 한 후 귀국을 해서도 한국의 떼창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일본 공연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일본 공연의 경우 관객들이 주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는 위주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떼창은 한국만의 전통은 아닌데

물론 떼창은 우리나라만의 전통은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떼창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떼창을 외국 가수들도 인정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 떼창은 주로 가수들의 노래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 떼창은 가수들과 팬들을 동등하게 소통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떼창의 역사는 사실 오래됐다. 고구려 동맹은 매년 10월에 열린 제천행사인데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여러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다. 부여 영고 역시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 제천행사인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여러 날을 두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았다고 돼있다. 삼국유사에는 구지가 설화에 대한 기록이 돼있는데 구지봉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마을 사람들이 모였는데 “여기 사람 있냐”고 하자 구간들이 “우리가 있다”고 하자 “옥황상제께서 명하시기를 이곳에 와서 임금이 되라고 했으니 너희들은 구지봉의 흙을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하늘에서 내려 주는 대왕을 맞이하여 기뻐서 춤추게 될 것이다”라고 하자 구간들이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는데 10여일 후 하늘에서 황금 알 여섯이 내려와 사람으로 변했고, 그 중 큰 알에서 태어난 사람이 김수로이고, 여섯명은 각자 가락국을 세웠다는 기록이 돼있다. 이처럼 고대부터 우리 민족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픽사베이

마당놀이·판소리 등등

조선시대 들어오면서 후기에는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됐고, 넓은 광장에는 많은 공연이 펼쳐졌다. 그 중에는 마당놀이나 판소리가 있었다. 마당놀이나 판소리에는 반드시 추임새가 있었는데 그 추임새를 구경꾼 즉 관객들이 주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과 공연자가 하나가 되는 그런 풍속이 전해져 내려온다. 농악이나 사물놀이 등에서도 관객과 공연자가 하나 되는 그런 모습이 흔하다. 서양에서는 주로 연극이나 오페라 혹은 뮤지컬 등을 살펴보면 무대가 있고,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이 구분되지만 마당놀이 혹은 농악이나 사물놀이 등은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이 없이 하나가 돼서 함께 즐긴다는 의미가 있다. 즉, 무대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민요, 선창과 후창

민요는 백성들이 부른 노래이다. 백성들이 불렀다는 것은 백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노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모든 민요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민요들 중 일부는 ‘선창’과 ‘후창’의 구조로 돼있다. 즉, 선창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단독으로 노래를 부르고 후창은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구조로 돼있다. 예컨대 ‘쾌지나칭칭나네’의 경우 ‘휘엉청 달이 떠오른다’라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단독으로 선창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후창으로 ‘쾌지나칭칭나네’라고 부르는 식이다. 거지들이 동냥을 할 때 불렀던 노래의 경우에는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고 선창을 하면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는 식의 구조이다. 이런 식의 민요가 우리 민요에 상당히 많이 있다는 점이다. 즉, 선창과 후창 구조로 많은 사람들이 노래에 함께 하는 식의 구조가 돼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떼창이 생활화 된 것이다. 이처럼 떼창이 가능한 이유는 지역 공동체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농업 생산력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쌀농사를 짓는 우리나라로서는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가능했다. 많은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했는데 그 중 하나는 협동심을 요하는 노래도 동원됐다. 자연스럽게 노래로 하나가 되면서 농사를 좀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21년

가요계 떼창의 역사는

가요계에 떼창이라는 용어는 1996년 경향신문 기사에서이다. 가수 토이 2집 앨범 수록곡 ‘그럴 때마다’를 소개하면서 참여가수가 1절씩 소절을 부르며 떼창이라는 장르를 선보였다‘라고 돼있다. 하지만 이미 떼창은 옛날부터 존재해왔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이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는 식의 떼창 기록도 있다. 각종 시위 때마다 노래를 불렀는데 시위 때 부른 노래 중에 가장 유명한 노래가 바로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이다. 이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이화여대 학생들이 교내에서 이대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반대 시위 사건 시위를 했는데 이화여대 학생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떼창으로 불렀다. 이것이 전세계에 퍼지면서 전세계 시위 장소에는 어김없이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