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박사 조은섭의 사색]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2017-11-27     파이낸셜리뷰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그대 마음을 얻을까 고민하다가 연습장 한 권을 다 써버렸습니다.

이렇게 침이 마르도록 고된 작업은 처음입니다. 내 크나큰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글이라는 것이 턱없이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부엌에서 보리차가 끓고 있습니다. 보리차가 주전자 뚜껑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문틈으로 들어 온 보리차 냄새가 편지지 위에서 만년필을 흔들어 댑니다. '사랑합니다'란 글자, 결국 이 한 글자 쓰려고 보리차는 뜨거움을 참았나 봅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하늘을 보며 편지 한 장을 쓰는 건 어떨까? 어릴 적 친구에게,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고마운 은사님께 마음인 빚을 진 지인에게 마음의 글을 보내자.

맞춤법이 좀 틀리면 어떤가.
삐뚤삐뚤 뱀이 지나가면 어떤가.
내용이 좀 빈약하면 어떤가.

가장 훌륭한 편지는 솔직한 마음과 사랑이 담긴 편지다. 이 밤이 지나기 전에 편지를 쓰자. 
 
출처: ‘한 번쯤은 위로 받고 싶은 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