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미국 총기 규제 논란

2023-06-13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에서 21명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20명이 12일(현지시각) 총기 규제와 관련한 입법 협상에 타결했다. 이들 상원의원들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보이는 사람들이 총기를 가질 수 없도록 겨찰이나 친척 등 가족들이 법원에 청원할 수 있는 일명 ‘레드 플래그(red flag·경고신호)’법을 시행하는 주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에 합의했다. 현재 워싱턴 DC를 포함한 19개 주에 레드 플래그 법이 이미 있는데, 합의안은 이들 법의 시행을 촉진하고 다른 주도 유사한 법안을 채택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이다. 합의안은 또 총기 구매하는 18~21세의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 기록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 안전 및 정신 건강 프로그램 강화 방침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금지 목록’에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AR15등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등과 같은 요구는 불포함됐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공격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나 공격용 소총을 구매할 수 있는 나이를 현행 18세에서 21세로 상향해달라고 했으나 이런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원의원의 합의는 총기 규제를 위한 진일보를 했다는 평가이다. 그만큼 미국은 총기 규제가 힘든 나라이기도 하다.

왜 미국은 총기 규제가 어려울까

미국이 총기 규제가 어려운 나라라는 것은 총기 구매와 소비를 통한 시장이 엄청나게 크게 형성돼 있고, 이에 총기협회의 정치적 입김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총기 생산을 많이 하는 나라인 동시에 총기 소비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거대한 시장이다. 따라서 총기 생산 업체, 총기 중간 유통 업체, 그리고 총포사로 이뤄진 경제적 쇠사슬이 총기 규제가 이뤄지게 된다면 그로 인해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면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수정헌법 2조가 가장 큰 문제이다.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로 이야기하면 “모든 국민은 무슨 무슨 권리를 가진다”는 것과 같은 인식을 미국 국민이 하고 있다. 즉, 총기 소지는 ‘미국의 정신’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독립전쟁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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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 정신 깃들어져

미국은 건국 초창기 대영제국과의 독립전쟁을 해야 했고, 미국 원주민(이른바 인디언)과의 전투도 해야 했다. 이를 위해 총기 소지 필요성은 공감을 이뤄냈다. 모든 시민들이 총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충분했다. 총기를 규제한다고 연방정부가 나선다면 그것은 미국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청교도 탄압을 받고 넘어온 미국 국민들로서는 총기 규제는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총기 규제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또 다른 것은 총기 규제는 연방주의이고, 총기 소지는 반영방주의 즉 지방자치주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각 주들의 독자성이 강하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법과 다른 자신들만의 주(洲)법을 갖고 있다. 연방정부가 총기를 규제한다는 것은 곧 각 주의 자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하다. 연방정부가 총기를 규제한다고 해서 총기를 압수한다면 그것은 지방정부 즉 주의 자치권을 완전히 몰살하는 것이고, 미국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아직도 미개척 땅이 남아있어

또한 미국 전역에 일괄적으로 총기를 규제한다면 아직도 미개척 땅이 남아있기 때문에 방어를 할 수 없게 된다. 즉 치안불안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심을 약간 벗어나도 미개발된 지역이 나온다. 해당 지역에는 불곰, 코요태, 이리 등 맹수가 민가를 침입한다. 이들 맹수에게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경찰이나 사냥꾼을 부르기보다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 게다가 미국의 치안 상태는 우리나라보다 더 좋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경찰력을 미국 국민 스스로 신뢰를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총기 규제를 한다면 미국 국민은 미국 주 정부나 연방정부의 치안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인접하고 있다. 멕시코 접경에서는 계속해서 미국으로 월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장벽을 세웠다고 하지만 여전히 히스패닉 유입이 많다. 그로 인해 범죄율도 높아지게 될 수밖에 없다. 캐나다는 아예 장벽도 없기 때문에 국경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따라서 치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총기 규제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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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폭동 당시 한인사회 대응이 홍보수단으로

1992년 LA폭동 당시 한인 타운의 대응을 총기협회는 적극적인 홍보수단으로 삼았다. 당시 흑인들이 경찰의 인권탄압에 불만을 품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는데 약탈 등도 이뤄졌다. 이에 LA 한인 타운의 치안을 책임져온 경찰서가 폐쇄 위기에 닥치자 LA 내 한인 사회는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었는데 일명 루프 코리안 혹은 자경단으로 불렀다. 당시 한국인 이민자들이 폭도들로부터 자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총기로 무장하고 코리아타운을 사수했다. 이후 총기협회는 자경단 사례를 총기 소지 이유의 홍보로 삼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총기 소지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LA 경찰은 LA 폭동이 일어나자 도망가기 급급했지만 한인사회는 총기를 소지했기 때문에 폭도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다”면서 총기 소지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