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럭비공 같은 ‘증시·환율’ 공포...‘경제전쟁’ 시작됐다
2023-06-15 전수용 기자
코스피 2500선 무너져
미국 시장의 무기력은 바다 건너도 한국도 무력하게 만들었다. 14일 코스피는 1년 7개월 만에 2500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0.46% 내린 2492.97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5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0.63% 하락한 823.58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 종가가 2400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13일(2493.87)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 시작과 동시에 개인과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며 1% 넘게 급락하며 출발했다. 기관이 1947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지수 방어에 나섰으나 하락세를 돌리지 못했다. 외국인이 2761억원 순매도에 나서며 장을 이탈했다. 개인은 387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개인은 장 중반까지 순매도세를 보였으나, 후반 들어 매수 규모를 늘렸다. 국내 증시의 52주 신저가 종목은 전날(444개)보다 많은 693개에 달했다.외환시장도 힘겨운 싸움
외환시장에서도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1284.0원) 대비 2.4원 상승한 1286.4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5원 상승한 1291.5원에 출발했다. 장 초반부터 1292.50원까지 치솟는 등 지난달 12일 기록한 연고점(1291.5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2020년 3월 19일(1296.00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에 상승 폭을 줄이면서 1280원대에서 마감했다. 환율은 미 경기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등에 따른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축 속도조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30일 17.6원이나 빠진 1238.6원까지 내려선 바 있다. 이후 미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고조되면서 지난 2일 다시 1250원대로, 10일에는 1260원대로 올라섰다.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환율이 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긴급시장점검 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경제 전쟁 시작됐다”
금융 시장이 흔들리자 정부는 경계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주가와 환율 공방이 벌어지던 14일 오전 11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획재정부 긴급 간부회의에서 “대외발 인플레 요인으로 국내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미국의 큰 폭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불안도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한마디로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제가 취임한 즉시 이러한 경제상황을 전제로 기재부 내 비상경제 TF를 가동해 대응한 바 있다”며 “전체 간부들은 소관 부문별 경제상황을 집중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경제체질을 다져 다시 도약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한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싸움은 1~2개월에 끝나지 않고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낼 수 있도록 기재부 전체 직원들의 열정과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