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아파트
2023-06-17 어기선 기자
일본인 거주자 늘어나자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일본인 거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조선총독부 등이 하기 시작했다. 경성 미쿠니 상사는 1935년 내자동에 관사를 건축했다. 콘크리트 자재를 사용했고, 4층 높이였으나 관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초의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쥐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불리는 아파트는 충정 아파트이다. 초창기 건물소유주 토요다(豊田)씨의 이름을 따 한국식 발음인 풍전아파트로 불리었다. 하지만 해방이 된 후 유림아파트로 바뀌게 됐고,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재판소로 활용되면서 지하실에 처형소가 있었다. 이후 유엔군 호텔로 매입했다가 아파트 용도로 변경됐고, 1979년 도로 확장으로 1/3이 철거되면서 현재의 충정아파트 형태가 됐다. 2022년 서울시는 결국 철거하기로 결정했다.해방 이후 최초 아파트 종암아파트
해방 이후 최초 아파트는 1957년 중앙산업에서 건축한 종암아파트이다. 우리 손으로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이면서 최초로 수세식 화장실을 도입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낙성식에 참관을 했고, ‘아파트먼트 하우스’라는 명칭으로 소개했고, 이후 아파트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굳어지게 한 계기가 됐다. 1965년 중앙정원식 아파트인 동대문 아파트가 출현했다. 당시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서 ‘연예인아파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대문아파트에 연예인들이 많이 살았던 이유는 ‘고급아파트’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낡을 대로 낡은 아파트이지만 당시에는 신식 아파트이면서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67년 세운상가가 완공됐는데 이는 대한민국 최초 주상복합아파트이다. 당시 재력가나 정부고위 인사들이 거주했으며 1980년대까지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리었다. 삼보컴퓨터가 이곳에서 태동했다. 이후 주상복합아파트가 출현했는데 종로 낙원상가도 주상복합아파트이다. 1980년대 아마추어 악기사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악기 전문 상가가 되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최초 엘리베이터 도입, 힐탑아파트
1967년 용산구 한남동에 힐탑아파트가 등장했다. 힐탑아파트는 대사관 직원이나 상사 주재원들이 호텔에만 머물 수 없기 때문에 거주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외국인들의 거주시설로 지어진 아파트가 힐탑아파트였다. 외국인이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 선진 기술을 전수받아 만들어진 아파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아파트에 등장했다. 또한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동식 전화가 설치됐다. 지상 11층이기 때문에 첫 고층아파트라는 별칭도 붙었다.와우아파트 붕괴
1969년 서울시는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겠다면서 와우시민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실공사를 하면서 결국 붕괴돼서 74명의 주민들 중 30명 사망, 44명의 부상자를 냈다. 우리나라 최초 서민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쥘 수 있었던 기회이지만 붕괴되면서 시민아파트 자리를 회현 제2 시민아파트에 내어주게 됐다. 회현 제2 시민아파트는 철거민을 위한 아파트로 건축됐지만 지리적 위치가 좋아서 중앙정보부 요원이나 연예인들이 거주하게 됐다. 다만 와우아파트 붕괴 직후 건축됐기 때문에 보다 튼튼하게 지었다. 점차 노후화되면서 오히려 현재는 여러 영화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나왔다.첫 민간인 고층아파트 등장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지어진 아파트이다. 우리나라 첫 민간인 고층아파트이면서 대단지 아파트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기점으로 대규모 단지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보격화되면서 1973년 반포주공아파트가 등장했다. 반포주공아파트는 최초의 주공아파트 대단지이다. 이를 기점으로 개포주공아파트 등 주공아파트가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강남 개발의 상징적인 아파트가 등장했는데 그것은 바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이다. 1976년 현대산업개발에서 건설한 아파트 단지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강남 개발의 상징이 된 것은 1978년 7월의 특혜분양 사건 때문이었다. ‘50가구 이상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는 공개분양해야 한다’는 주택건설촉진법을 무시하고 정부관리, 국회의원, 대학교수 등 고위급 인사들에게 주변 집값의 50^ 수준으로 특혜 분양했다. 이것이 오히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발생하게 했다. 그리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이후 건설회사들이 자신의 회사 이름을 따서 아파트를 짓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후 아파트는 계속 건축됐었는데 2004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등장한다. 바로 삼성 타워팰리스. 이를 바탕으로 초고층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완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