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연일 ‘패닉’, ‘바닥’은 어디일까

2023-06-21     전수용 기자
출처=KB국민은행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코스피 2400선이 1년 7개월 만에 무너졌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점’이 어디일지에 대한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만큼, 우리 증시가 바닥을 뚫고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 서로 엇갈린 두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우리 증시가 이미 바닥까지 내렸다는 분석이 있다. ‘바닥론’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에 근접했다고 본다. 현 수준에서 더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2200선까지 내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격 매력은 충분하나, 증시가 반등할 만한 긍정적인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피, 2400선 무너져

20일 주식시장은 또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장이 열린 직후에는 코스피가 0.3% 이상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서, 오후 2시 반을 전후해서는 3% 가량 하락했다가 결국 지난주 마지막 장이 섰던 17일 대비 2.04% 내린 연중 최저치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이 무더기로 1년 내 최저가를 다시 한번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주 금요일보다 3.6% 내린 769.92에 마감하면서 하루 만에 연중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증시 급락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 시장 합쳐서 8천억 원 이상 주식을 팔아치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KB국민은행

“바닥은 지금이다”

현 코스피지수가 저점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주목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현재 주가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BR)은 0.93~0.94배에 불과하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0.98배에 머물렀으나, 20일 코스피지수가 추가 급락하는 바람에 밸류에이션도 더 낮아졌다. PBR을 기준으로 계산한 우리 증시의 레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PBR은 0.83배였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장부가치가 높아졌는데 이것이 아직 주당순자산가치(BPS)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증시의 실제 PBR(주가를 BPS로 나눈 값)은 드러난 수치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저점에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 바닥론’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공식적으로 약세장(베어마켓)에 접어든 만큼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한 변수들이 글로벌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의 공포 심리는 경기 상황을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충분히 낮아진 만큼,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가 증시에 충격을 주기보다는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멀었다...10% 추가 하락할 것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는 아직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보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경험상 주가지수가 많이 빠지는 시기에는 밸류에이션이 ‘누가 봐도 말도 안 될 수준’까지 떨어진 후에야 반등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현재 코스피 PBR이 0.9배 수준이지만 추가로 10% 가량 하락할 여지는 남아있으며, 일시적으로 2200선까지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증권업계에서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아직 우리 증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의 원인이 인플레이션에 있다면 유가의 진정 여부를 봐야겠지만, 경기 침체 때문이라면 ‘경기 바닥’ 시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가 4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ISM지수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의 수축을 의미한다. 현재 ISM지수는 56.1이다. 부연하면, 지수가 50선에 근접하며 경기 침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 이 연구원은 ISM지수가 50까지 떨어지려면 최소 1~2개 분기가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주가지수가 반등할 만한 트리거(방아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증시의 저가 매력은 충분하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및 중국의 재봉쇄 등 악재가 투자 심리를 한동안 더 억누를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향후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종목을 피해야 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주가가 많이 빠졌더라도 향후 이익 추정치가 대폭 낮아질 수 있는 기업은 경계해야 하며, 긴축 구간에서 버틸 수 있는 저밸류에이션 종목들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