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세운상가
2023-06-22 어기선 기자
세계의 기운이 모여라, 세운상가
세운상가 부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미군 비행기의 폭격에 대비해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목적으로 비워둔 공터였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월남자들이 모여 살면서 판자촌이 형성됐다. 아울러 여성들이 생계수단을 위해 모이면서 사창가가 됐다. 세운상가는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세운상가라는 이름은 김현옥 당시 서울특별시장이 “세계의 기운이 모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그러면서 약 1km의 초대형 주상복합상가군이 댔다. 고급아파트와 상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시 부유층이 모여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1960년대부터 미군부대에서 빼내온 고물들을 고쳐서 판매하는 사업장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없는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세운상가는 ‘상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강남개발이 이뤄지면서 부유층이 대거 강남으로 이주를 하면서 해당 아파트에는 상가의 상인들이나 기술자들의 작업장으로 전용하면서 상가로 바뀌게 됐다.용산 전자상가 출현하면서
부유층이 강남으로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세운상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상가로서의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용산 전자상가가 개발되면서 기술자나 상인들이 용산 전자상가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슬럼화됐다. 한때는 세운상가에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인용 비디오 테이프’를 판매하는 등으로 인해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슬럼화가 되면서 세운상가에 대한 재개발 요구가 빗발쳤지만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이를 반대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모든 건물을 철거해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으로 계획했지만 상인들의 반발과 현실적인 보상금 문제 등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 이후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과 상가를 재생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가 오세훈 시장이 재취임하면서 녹지생태도심 조성 개발로 가닥이 잡혔다.녹지생태도심 조성 개발 찬반 엇갈려
세운상가는 현재 예술가,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이들이 이주를 해야 하며, 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상인들도 이주해야 한다. 예술가, 스타트업 기업들은 저렴한 월세에서 비싼 월세로 갈아타야 하는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운상가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예술공연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때는 전자상가로서의 명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예술인들이 예술하는 공간이 됐는데 철거를 하고 녹지생태도심으로 조성한다면 결국 예술인들은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찬성 측 의견은 세운상가가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소위 젠틀리피케이션이 발생했고, 이에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쫓겨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세운상가를 그대로 놔두면서 재개발을 한다고 해도 예술인들은 세운상가에서 설 땅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녹지개발 부지로 최적의 공간이라는 평가가 있다. 서울 중심부 녹지면적이 3.7%에 불과하다는 점을 살펴보면 녹지공간이 필요한데 세운상가만한 녹지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방형 공원이 아닌 선형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세운상가는 최적의 녹지공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공원이 조성된다면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녹지형 상권이 발달하게 되면서 주변 상권도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으로 경의선 숲길 주변 상권이 살아난 것과 마찬가지로 세운상가를 녹지공간으로 만들면 그에 따른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