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잘나가던 은행株의 배신

2023-07-05     전수용 기자
출처=각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주식 시장에서 금융지주 종목들은 날개를 달며 비상하고 있었다. 적어도 5월까지는. 하지만 본격적인 ‘금리인상’ 시기를 겪으며 NIM(순이자마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6월 들어서면서부터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당초 금리 인상 수혜주로 평가받는 은행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증권가에서는 금융사들의 목표주가를 대내외 업황 불확실성을 반영해 일제히 하향 조정하는 양상이다.

KB금융·하나금융 52주 신저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1250원(-2.59%) 하락한 4만6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KB금융은 이날 장중 4만64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도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이날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1450원(-3.64%) 내린 3만8350원을 기록하며 마감했는데 장중 신저가인 3만765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국내 4대 금융지주 종목인 신한지주(-1.72%), 우리금융지주(-2.92%) 등도 동반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은행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며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이는 외국인의 매수세 덕분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3일부터 5월31일까지 외국인은 KB금융 7700억원, 신한지주 3290억원, 하나금융지주 6180억원, 우리금융지주 773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6월 은행주 주가가 눈에 띄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6월에만 1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3.2%)과 비교하면 낙폭이 컸다.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은 국내 은행주를 각각 310억원, 840억원 순매도했다.
(그래프

눈물 흘리는 개미들

통상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NIM의 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수익이 증가해서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4.14%로 2014년 1월(4.15%) 이후 8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주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부실 여신 리스크가 터지는 것을 우려해 은행주 투자에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은행권 옥죄이기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는 한편 대출금리 상향 기조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손충당금 확대도 추가 부담 요소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손실을 미리 산정해 쌓아두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대손충당감의 증가는 은행권의 수익과 별도로 인식되기에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목표 주가 하향조정

이처럼 은행주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가 지속되자 한국투자증권은 신한지주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내렸고, KB금융은 8만원에서 6만4000원, 우리금융지주는 2만2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한지주에 대해 “이번 목표주가 하향은 전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을 반영해 자본비용을 상향한 데 기인한다”며 “비이자이익의 경우 전분기 호실적에 따른 기저 효과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견조한 실적, 우발부채와 주주환원 관련 할인 요인이 해소된 점, 위험 관리에 있어 우수한 트랙 레코드(이력)를 고려해 은행 업종 최선호 주로 유지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한국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등의 목표주가를 내린 이유로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자본비용 상승을 꼽았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이후 강한 순이자마진(NIM) 상승세가 예상돼 수익성 개선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실적의 금리 민감도가 높고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해소된 점을 고려해 최선호 주로 새롭게 제시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KB금융지주가 이자 이익 증가에도 충당금 적립으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KB금융의 2분기 지배순이익은 1조2501억원으로 시장 전망을 4% 하회할 것”이라면서 “이자이익 증가에도 업계 공통요인인 추가 충당금 적립과 일부 비이자이익 감소가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충당금 TF 결과에 따라 미래경기전망 관련 충당금을 추가로 1620억원 적립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는 KB증권의 엔지켐생명과학 실권주 관련 매매평가손실이 340억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6% 하향하면서 ROE(자기자본이익률) 추정치는 기존 11.2%에서 10.6%로 낮췄다”며 “분기배당은 500원으로 전분기와 동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