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달러가 사라지고 있다...다가오는 환율 공포
2023-07-06 전수용 기자
2009년 이후 첫 1310원 돌파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00.30원)보다 8.90원 오른 1309.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오른 1308.5원으로 출발했다. 장 초반 1311.0원까지 오르면서 1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달러 환율이 131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7월 13일(장중 고가 1315원)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 말(4477억1000만 달러)보다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1월 감소폭(-117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처럼 외화보유액이 급감한 데 대해 외환시장은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나드는 원화 약세로 외환당국이 변동성 완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달러 강세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한은은 전체 외환보유액 규모를 집계할 때 유로·엔화 등 기타통화를 미 달러화로 환산하는데, 미 달러화가 강세면 기타통화의 가치가 줄어든다. 한은 측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과 금융기관의 예수금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에 기인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외환보유액은 3월 말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4363억8000만 달러)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0월(4692억 1000만 달러)보다 309억 달러 이상 줄었다.감소세 주요 원인은 유가증권
자산별로 살펴보면 6월 말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3952억7000만 달러(90.2%) ▲예치금 192억3000만 달러(4.4%)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145억7000만 달러(3.3%) ▲금 47억9000만달러(1.1%) ▲IMF포지션 44.2억 달러(1.0%) 등이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가증권(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 등)이 한 달 전보다 62억3000만 달러 줄었다. 예치금은 26억4000만 달러 감소, IMF SDR 5억1000만 달러 감소, IMF포지션은 6000만 달러 감소했다. 금은 전월과 같았다. IMF포지션은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융자 등으로 보유하게 되는 IMF 관련 청구권을 말한다.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5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에 해당한다. 중국이 3조1278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2위 일본(1조3297억 달러) ▲3위 스위스(1조411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어 ▲4위 인도(6032억 달러) ▲5위 러시아(5874억 달러) ▲6위 대만(5489억 달러) ▲7위 홍콩(4650억 달러) ▲8위 사우디아라비아(4516억 달러)였다. 한국은 4477억 달러로 9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3453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러시아, 홍콩, 한국, 싱가포르는 전월 말 대비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중국, 일본, 스위스, 인도 등은 증가했다. 4월 말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일제히 감소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각국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 감소가 글로벌 강(强)달러로 인한 것인 만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은 측 입장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긴축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고 국내 리스크 요인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6월 달러 강세폭이 상당히 커지면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점, 외화 예수금이 감소로 금융기관이 한은에 맡겨 둔 돈도 줄어든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