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주담대 금리 낮추는 은행, 순이익도 줄어들까

2023-07-13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금융당국의 대출이자 인하 압박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얽힌 가운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리는 반면 신용대출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은 오히려 확대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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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의 왜곡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5월 기준 연 5.78%로 지난해 5월(3.69%)에 비해 2.09%포인트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는 2.69%에서 3.9%로 1.21%포인트 올라 신용대출 금리 인상폭이 주담대의 약 2배에 달했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2금융권과 비교해서도 상승폭이 높았다. 농수축협 단위조합과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다른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5.39%에서 14.7%로 오히려 0.69%포인트 감소했다. 올해와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부실 위험(리스크)이 높아져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이 이용하는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더 많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강해지며 대출 금리에 '왜곡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면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는 잇달아 낮췄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크게 올려 예대마진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실적은 금리에 대출을 곱한 값인데 올 들어 전체 가계대출은 감소했지만 신용대출 위주로 금리를 올려 실적을 방어한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17차례인 반면 신용대출의 경우 3차례에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각각 주축 계열사인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8조9378억원이다. 이는 올해 들어 전체 가계대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신용대출 위주로 금리를 올려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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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마진 커져 금융소비자 부담 가중

주요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예대마진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대출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1금융권인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별 예대마진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던 지난 1월 2.24%포인트에서 지난 5월 2.37%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신규 취급 대출액만을 기준으로 한 예대마진 차이는 같은 기간 1.8%포인트에서 1.66%포인트로 축소됐다. 지난해까지 시중은행들은 대출총량규제(가계대출 전년 대비 증가율 상한선 5% 이내)를 맞추느라 대출금리를 올려왔는데 올해는 당국의 '이자 장사' 압박에 일부 대출 금리를 급하게 조정해 금융권 혼선의 중심에 서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물론 수신금리 인상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규 취급액 대상 수신금리 인상도 대부분 일반가정이 이용하기 힘든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형 금융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시장형 금융상품 가중평균금리는 5월 연 2.3%로 지난 1월(1.68%)에 비해 0.62%포인트나 올랐지만 순수저축성예금상품의 가중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0.31%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쳤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출구조상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이자 장사'라고 칭하면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