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판매 시작하자마자 ‘완판’...금리 정점 신호(?)

2023-07-18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은 울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고금리 채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채권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이 “이제 금리 상승이 거의 끝나간다고 판다한다”는 의미로 여기는 모습이다.

판매 시작하자마자 ‘완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지난 15일 9시30분 판매를 시작한 수백억원 규모의 특판 채권이 단 27분만에 매진됐다. 삼성증권이 모바일 앱 엠팝(mPOP)에서 판매한 이 채권은 준비된 물량이 300억원이었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3조1천억원 규모의 채권이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대비 82% 급증한 규모다. 'KB금융지주('KB금융지주44-3'), '우리은행(우리은행24-07-이표03-갑-31)', '농협은행(농업금융채권(은행)2020-06이3Y-B)' 3종 채권은 판매 시작 30분도 지나기 전에 모두 완판됐다. 특판 채권을 산 한 투자자는 "커피 한 잔 가격보다 저렴한 1000원부터 소액으로 채권 투자가 가능하고 시중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 수익이 기대돼 채권 투자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삼성증권의 채권 매매는 평상시 대비 30배에 달하는 거래가 일어났으며 트래픽 기준으로는 전체 금융상품 메뉴 가운데 채권 매매 트래픽이 82%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선 증권사 지점에서도 고액자산가의 채권에 대한 문의와 매수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단 27분만에 준비한 특판물량이 조기 마감되는 바람에 뒤늦게 접속한 고객들이 물량을 추가 공급해달라며 PB(프라이빗뱅커)와 고객센터에 항의하기까지 했다. 삼성증권 "금리인상 등 유동성 정책 변화, 물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로 채권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 수요가 늘었다"며 "요즘 채권은 단순히 안전한 것 뿐만 아니라 금리까지 높다"고 설명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요즘 고액자산가의 연 평균 목표수익률은 4%"라며 "지난 10년간은 채권과 주식,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배분으로 연 4% 수익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그냥 채권만 잘 사도 4%대 수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채권 판매량 급증=금리 상승 끝?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채권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금리 상승이 끝나간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매입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연 4%를 주는 채권을 샀다가 다음달에 연 5%를 주는 채권이 시중에 나오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 상승이 대체로 마무리될 거라고 판단되면 채권을 사들인다. 이는 주가 하락이 끝났다고 판단할 때 주식을 사들이는 것과 비슷한 심리이다. 지난주 이창용 한은국은 총재는 “내년 금리 인하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물가 정점을 올해 3∼4분기 쯤으로 보고 있으나, 가스 가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워낙 불확실성이 커서 물가든 경기든 정확하게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는 향수 수개월 모니터링을 하면서 반응해야 할 것 같다”면서 “경기 침체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판다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성급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즉, 금리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여렵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하락할 거시라는 가능성에 조금 더 베팅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앞으포 몇차례 더 있겠지만, 이미 그 정도는 시중금리에 거의 반영이 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3.0%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향후 경기둔화 등을 감안할때 연내 금리인상 마무리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채권금리의 경우 이미 채권금리가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