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조선물산공진회

2023-07-22     어기선 기자
많은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조선물산공진회는 일제강점기인 1915년 열린 행사로 일본제국이 조선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5주년 기념 축사 사업으로 경복궁에서 벌어진 박람회이다. 1915년 9월 1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됐으며 116만 6천383명이 관람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조선물산공진회는 우리의 아픔을 남긴 전시회였다. 왜냐하면 경복궁의 90% 이상이 허물어졌고, 현재도 복원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개최 목적은

‘공진(共進)’이라는 것은 ‘함께 발전한다’는 뜻이다. 일제의 무단통치 5년을 ‘함께 발전했다’는 식으로 날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선물산공진회가 1915년 열린 것이다. 일제가 한반도 산업을 진흥시키고 문명을 개화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선사람들에게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도 있다. 나아가 식민 지배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물론 외국을 대상으로 식민지화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도 있다. 또한 일본 상품의 시장 개척이라는 의미도 있다. 즉, 일본 상품을 조선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조선 사람들에게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도 있다.
조선물산공진회

경복궁의 훼손

일제는 이런 목적으로 조선물산공진회를 열었는데 장소를 ‘경복궁’으로 택했다. 조선 왕조의 근간이었던 경복궁을 행사 장소로 잡음으로써 조선 백성들에게 ‘더이상 조선이라는 나라는 없다’라는 것을 인식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백성들에게 개방하지 않았던 경복궁을 조선 백성에게 개방함으로써 고종 황제라는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에 1913년 9월부터 미술관과 진열관 2동의 시설물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장 공사를 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4천칸 정도의 건물이 사라졌고, 유일하게 남아 있었던 건물은 근정전, 경회루, 그리고 교태전 뿐이었다. 대원군 당시 건축된 경복궁은 500여동이었지만 해방 당시 36동밖에 남지 않았다. 나머지 건물은 모두 허물어졌다.

대대적인 홍보 행사 단행

조선물산공진회는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가졌는데 단체관광 할인, 기차 운임료 할인 등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적극적인 광고를 쏟아부었다. 아울러 비행기도 띄우고, 마술사와 기생 등을 불러서 흥을 돋우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해외에도 조선물산공진회 관련 홍보를 여는 등 그야말로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알리는데 열심이었다. 오늘날 한일강제병합의 사진으로 알고 있는 일장기가 경복궁에 걸려 있고,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는 사진 역시 조선물산공진회 사진이다. 조선물산공진회를 통해 일제는 조선의 상징을 완전히 말살시켜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199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1차 복원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도 복원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선물산공진회

조선물산공진회, 국풍81로 연결

조선물산공진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여러 차례 개최됐다. 그야말로 정권 홍보용으로 개최된 것이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대규모 정권 홍보용 전시회가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국풍81이다. 5.18 광주화민주화운동 1주년이 되는 때이기 때문에 전두환 정권은 광주 정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여의도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가졌는데 그것이 국풍81이었다. 역사학자들은 국풍81을 사실상 조선물산공진회를 잇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권홍보라는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