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혼돈의 금융시장, “슬기로운 금융생활”의 해법은

2023-08-01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족’(빚까지 내서 투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은행에 빚을 진 사람들은 크게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두 부류로 나뉜다. 신용대출자들은 최근 들어 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빚을 내는 사람보다 갚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조만간 7%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고정금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고민 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입게 될 경우도 생길 수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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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빚쟁이들

국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7조8236억원으로 지난달 말 699조6521억원에서 1조8285억원 감소했다. 고강도 대출규제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700조원 선을 밑돌았다. 이는 올해 들어 3월과 5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특히 신용대출 감소세는 눈에 띄는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9조4659억원으로 전월 말과 비교해 1조2130억원 줄었다. 올 상반기 전체 은행권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조2000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 감소는 금리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까지 치솟았다. 1년 새 2.25%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6%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 8월 기록한 6.13% 이후 8년 10개월 만이다. 7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된 것도 신용대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40%의 DSR 규제(은행 기준)가 적용됐지만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로 강화됐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환 기간이 짧아 상환원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신용대출은 DSR 산정 시 일괄적으로 5년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연금리 6%)의 만기일시상환 신용대출을 보유 중이라면 연 상환원리금이 1300만원 가량으로 계산된다. 때문에 대출을 늘리려면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을 먼저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부동산 거래침체와 자산가격 하락으로 신용대출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없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 전국 주택거래량은 31만건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4.5% 감소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2977.65에서 지난 29일 2451.50으로 526.15포인트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이지만 아직 불안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판단을 견지하고 있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나눠 갚는 관행”의 안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용대출을 일으킬 만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상승과 변동 금리 적용으로 이자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신용대출을 먼저 갚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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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이자 부담, 고정금리? 변동금리?

대출 한도가 늘어난 만큼 가계대출자와는 별개의 문제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됐고, 다음날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상태다. 다만, 이미 주택담보대출금리 상단이 6%를 돌파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분이 빠르게 반영돼 온 만큼 변동‧고정금리 비교를 통해 전략적으로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업 등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출규제 정상화 방안에 따라 마련된 이번 개정안에는 주택의 소재 지역과 가격에 상관없이 LTV 상한은 80%, 최대 6억원으로 적용했다. 1억원 이상 대출에는 DSR 40%가 적용돼 고소득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DSR 규제는 풀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6월 기준 은행권 전체 주담대 금리는 4.04%다. 이는 2013년 2월(4.06%) 이후 최고치로, 일부 은행의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을 6%를 넘었다. 다음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면 하반기에는 7%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시중 금리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태에서 생애 최초로 주택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면 변동금리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일부 은행에서는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은 경우도 나오고 있지만, 무턱대고 가입했다가 오히려 이자를 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을 계산했을 때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경기도 하남시 한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대출 담당자는 “연봉 5000만원 차주를 기준으로 10년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이 4% 후반대인데, 변동금리 상품은 4% 초반에서 3% 후반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금리가 더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기준금리도 한없이 올라가긴 힘들다. 한 차례 기준금리가 더 인상된 이후에는 변동금리 상품을 과감히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공급하는 안심전환대출도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다음달 출시되는 우대형의 경우 금리가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제공되고, 내년 출시될 일반형은 0.1%포인트의 혜택이 주어진다. 30년 만기 보금자리론 금리가 4.8%까지 오른 상황에서 내년에는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안심전환대출이 오히려 높은 금리를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악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8월부터 대출 한도가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인상기라고 해서 무작정 고정금리를 선택한다면 추후 금리 인하기가 올 때 오히려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미래 경기 등을 예측해 더 유리한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