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이집트 문명
2023-08-02 어기선 기자
규칙적인 범람
인류가 나일강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심봤다’ 혹은 ‘대박’이라는 생각을 갖기 충분했다. 왜냐하면 다른 강의 경우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야 하고, 경작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일강은 씨앗만 뿌리고 나머지는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매소포타니아, 황허, 인디스 문명의 경우에는 인류의 노동력이 엄청나게 투입돼서 농사를 해야 하는 반면 나일강은 씨앗만 뿌려도 산출되는 농작물이 엄청났다. 경제학적으로는 투입 대비 효율이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규칙적인 범람을 하더라도 비옥한 토양이 농사를 지었던 땅 위에 다시 덮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다음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연 비료가 생겨난 것을 의미한다. 굳이 인간이 농사지은 땅을 갈아엎어서 비료를 다시 뿌려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하게 만든 것이다.투입 대비 효율 높은 농사는
이처럼 투입 대비 효율이 높은 농사가 됐다는 것은 잉여 노동력의 발생을 의미한다. 그것은 농삿일 말고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모 루덴스 즉 유희의 인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소의 노동력으로 최대의 산출을 얻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유희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희는 결국 ‘문화’를 만들어 낸다. 이집트 문명이 다른 문명에 비해 일찍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최소의 노동력으로 최대의 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으로 문명을 일궈내기 시작한 것이다.밀·보리 작물 선택
특히 고대 이집트인은 벼나 밀, 보리, 수수 등을 작물로 선택했다. 알다시피 해당 작물들은 투입된 씨앗에 비해 열리는 열매의 숫자가 엄청난 것은 물론이고, 영양분도 균형을 이룬다. 아울러 보관도 용이하고 보관기간도 길다. 이는 ‘잉여농산물’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가정마다 곡물이 저장됐다는 것은 잉여농산물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계급사회로 빠르게 진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농사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계급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예술가가 되고, 일부 사람들은 건축가가 되고, 일부 사람들은 군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일부 사람은 성직자가 되고, 일부 사람은 파라오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