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반지하

2023-08-11     어기선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셔리뷰=어기선 기자] 지난 8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신림동 참변이 일어나면서 서울시는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시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지하·반지하 약 20만849가구가 그 대상이다. 이는 서울 전체 가구의 5%에 해당한다. 시는 우선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2012년 개정된 건축법 제11조는 ‘상습침수지역 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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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침략 준비용

반지하는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한 주거공간이다. 반대말로 옥탑방이 있다. 세대번호는 B-1 혹은 B01 혹은 B101로 표기한다. 반지하는 박정희 정권 당시 북괴의 침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쟁의 위협 속에서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방공호의 목적으로 가정집마다 지하실을 마련할 것을 의무적으로 규정한 것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 당시 건물이나 주택 등 모든 건축물에는 지하실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전쟁이 나서 북괴가 쳐들어온다면 시가전을 해야 하는데 이때 각 건물의 지하실이 일종의 참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따라서 박정희 정권 때는 지하실에 물건도 쌓아둬서도 안되고, 주거공간은 더욱 불허했다. 만약 물건이라도 쌓아둔다면 그에 따라 엄단을 내렸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 주거공간에서 ‘빈공간’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시 ‘다용도실’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빈공간인 지하실 ‘다용도실’ 개념으로 하나 둘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각종 짐들이 지하실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수도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은 이촌향도 현상 때문에 주요 대도시에 인구가 몰렸기 때문이다. 사람은 많아졌는데 주거공간의 공급은 한정되면서 ‘빈공간’이었던 지하실에 한명 두명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에서 상경한 가난한 사람들이 세들어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주인 입장에서 ‘놀리니’ 차라리 월세를 받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지하실을 임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하실은 거주용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었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기에는 워낙 많은 집들이 지하실 월세 임대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묵인 방조를 해오다가 1990년대 초반 아예 합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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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이 반지하로

1990년대 지하실 주거가 합법화돼다고 했지만 채광이나 환기 등 주거조건을 채우지 못하면서 건축법을 개정했다. 그것은 완전 ‘지하실’이 아닌 ‘반지하’로 바꾼 것이다. 일부만 지상으로 올려서 창문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채광을 해결하고 환기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또한 집주인 입장에서 집을 지을 때 한 층 더 올리지 않고 반지하를 만든 이유는 일반 주택은 4층까지만 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되기 때문에 5개층을 만들어 임대료를 조금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지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반지하는 그야말로 열악한 주거형태였다. 여성의 경우 ‘성범죄’에 노출되고, 채광과 환기가 불편해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수압이 낮기 때문에 화장실의 경우 정화조 위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반지하를 방문하면 화장실이 높은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수해가 날 때마다 반지하는 그야말로 곧바로 피해를 입으면서 반지하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