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리뷰] 양극화 심화로 일어난 비극...‘기생충’

2022-08-16     전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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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파이낸셜리뷰=전완수 기자] 현재 국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을 몇 달째 겪고 있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률도 2.3% 하락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건 역시 서민들이다. 영화 기생충은 그런 서민들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위치한 어느 한 가정이 신분 상승을 꿈꾸며 벌이는 사기극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수경석’이 가져다준 운(運)

거듭된 아버지의 기택(배우 송강호)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운 뒤 피자박스 접기로 생계를 유지하며 반지하에 살던 4명의 가족은 늘 그랬듯 주정뱅이가 노상 방뇨를 하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며 속된 말로 밑바닥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남 기우(배우 최우식)의 친구 민혁(배우 박서준)이 집으로 찾아와 집안에 재물과 합격 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이라며 산수경석이라는 수석을 선물해준다. 더불어 기우에게 자신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니 대신 과외를 해보는 것 어떻겠냐고 선뜻 제안한다. 기우는 처음엔 자신은 대학생도 아닌데 부잣집 딸 과외 면접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하지만 민혁이 그런 것쯤 위조하면 그만이라고 자신이 소개하면 괜찮을 것이라 말하자 수긍한다. 얼마 뒤 기우는 여동생 기정이 포토샵으로 만들어준 연세대학교 재학위조증명서를 가지고 면접에 통과해 박 사장(배우 이선균)과 연교(배우 조여정)의 고등학생 딸 다혜(배우 정지소)의 과외 선생이 된다. 그리고 이때 기우는 부잣집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신분 상승의 꿈을 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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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욕심

박 사장네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서 과일을 먹던 기우에게 그 집의 어린 아들 다송(배우 정현준)이가 갑자기 장난감 화살을 쏘며 등장한다. 이에 대화 주제는 다송이로 옮겨갔는데 연교가 다송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잘 그리지 않았냐고 자랑한다. 그 모습을 본 기우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바로 동생 기정까지 과외 선생으로 면접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기정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나름 그 분야에 지식이 있었다. 기우의 학력위조증명서를 위해 사용한 포토샵도 그 과정에서 배웠던 것. 기우는 곧바로 연교에게 기정을 추천하고 기정은 곧 제시카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오빠를 따라 박 사장에 집으로 출근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욕심이 커진 그들은 자신의 신분들을 위조해 온 가족이 고용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기택네 가족은 마침내 박 사장의 가족들이 집을 비울 때를 틈타 술파티를 벌이는 등 행동은 점차 대담해지고 걸리기 직전에는 침대 밑 바닥으로 숨어들어가는 진짜 ‘기생충’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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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양극화

영화 기생충에는 극과 극의 두 가정이 나온다. 하나는 피자상자 접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 또 하나는 멋지고 큰 저택에 살며 잘나가는 회사의 대표로 있는 박 사장네가 있다. 두 가정을 보면 한국의 각 계층의 양극화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양극화란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진다는 뜻으로 경제 또는 사회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중산층이 사라지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인이 벌어들인 총 소득의 40% 이상을 소득 상위 10%의 계층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기존의 중산층이 직장을 잃거나 파산하는 등 몰락하면서 새로운 빈곤층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면 대기업들도 점점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애초에 대기업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감소하면 당연히 사업을 확대할 수 없고 이는 시장의 축소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은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싸게 사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압박이 있어 자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니 결국 전체적인 한국 경제의 악화를 심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빈곤층의 아이들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주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나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것 등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 국내 경제의 미래를 밝혀 주어야 한다고 여러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생충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