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흥부전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흥부전은 조선 중기 이후 구전으로 내려오는 소설이다. 이런 이유로 여러 버전이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어느 마을에 놀부와 흥부라는 형제가 살았는데 놀부가 부모의 재산을 모두 독차지하고, 흥부는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았다가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 덕분에 부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권선징악을 이야기한 내용이라는 것이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가르쳐준 주제이다. 하지만 흥부전에는 조선시대 특히 조선말기의 경제 상황이 담겨있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불합리한 상속제도, 장자상속
놀부의 재산형성 과정은 부모가 물려준 많은 재산을 독차지하는 것이다. 흥부에게 돌아갈 재산도 가로챘다는 것이다. 이는 장자상속을 이야기한다.
놀부와 흥부의 부모는 상당한 재력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장자상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조선중기 이전까지 균등상속이었다. 남녀나 형제간 차별을 두지 않고 균등하게 상속을 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조선 사회가 성리학을 중심으로 점차 개편됐고, 조상에 대한 봉사 즉 제사가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제사를 지낼 사람 즉 장자에게 많은 재산이 상속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17세기 중반 전후부터 장자상속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사례가 지역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조선중기까지만 해도 균등상속을 하면서 남녀 차별도 없었던 시대였지만 장자상속으로 넘어가면서 점차 남녀차별로 발생했다.
흥부전이 조선말기에 전해진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부와 흥부의 부모 시대까지만 해도 균등상속이었지만 놀부로 넘어가면서 장자상속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일해도 언제나 제자리
그렇다고 흥부가 무능력했느냐하면 그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흥부네는 수수깡 한뭉치를 베어다가 작은 말집 한 채를 지어 살았다. 오늘날로 이야기하자면 반지하나 고시원에서 생활한 셈이 된다.
문제는 흥부가 아예 놀고 있었냐 하면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흥부와 흥부 아내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을 계속했었다.
우선 흥부 아내는 방아 찧기, 술집의 술 거르기, 시궁발치의 오줌치기, 얼음이 풀릴 때면 나물캐기, 봄보리를 갈아 보리 놓기 등을 했다.
흥부 역시 이월 동풍에 가래질하기, 삼사월에 부침질 하기, 일등 전답의 무논 갈기, 이집 저집 돌아가며 이엉 엮기, 궃은 날에는 멍석 맺기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이를 품팔이라고 하는데 품삯ㅇ르 받고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흥부는 매를 맞아 30냥을 얻는 매품팔이까지 하게 됐다.
이런 품팔이를 해도 흥부는 계속 가난했고, 먹을 것을 먹지도 못했다. 그것은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최저임금도 안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인생은 로또 한방
그런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자 제비가 은혜를 갚는다고 박씨를 물어다 줬고, 흥부는 박씨를 심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박이 열려서 이를 열어보니 각종 금은보화가 있었다.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로또’를 맞았거나 암호화폐가 떡상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생은 한방이라는 것을 흥부전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놀부 역시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흥부전에는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제적 상황도 함께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