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서양귀신 vs 동양귀신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귀신이란 원시 신앙·종교의 대상인 범신론적인 존재, 빗물질적인 존재를 말한다. 죽은 사람이나 동물의 영혼 또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일반적으로 좁은 의미 인간에게 화복을 내려준다는 정령을 말한다.
귀(鬼)는 인간에게 화(禍)를 내려주는 존재이고 신(神)은 인간에게 복을 내려주는 존재로 둘을 합쳐서 귀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서양귀신과 동양귀신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와 경제적 차이 때문이다.
서양 귀신과 동양 귀신의 차이점
서양 귀신은 기본적으로 ‘마귀’ 혹은 ‘사탄’이다. 흑백 논리 속에서 ‘흑(黑)’에 속하고 반성이나 회개가 없기 때문에 천사가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퇴마의식을 통해 제거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퇴마 의식을 행하는 신부들 역시 귀신 들린 사람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니, 몸에서 나가라”는 식의 퇴마 의식을 한다. 서양에서 귀신은 ‘제거 대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귀신 특히 한국의 귀신은 상황이 다르다. 원한을 풀고 나면 귀신은 반성을 하고 스스로 사라진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 서양의 귀신은 닥치는 대로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만 동양 특히 한국 귀신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기도 하지만 복을 주기도 한다.
이는 서양에서는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동양은 ‘성악설’과 ‘성선설’ 중에 ‘성선설’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자신의 원한이 풀어지면 귀신도 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봉건제 vs 수조권
또 다른 이유는 봉건제와 수조권의 차이이기도 하다. 서양은 봉건제를 바탕으로 이어져왔다. 봉건제라는 것은 농노와 영주의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계약과 계약의 관계이다.
이는 왕과 봉신(신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동양은 충신은 불사일군이라고 해서 하나의 임금만 모시는 경향이 강하지만 서양은 신하가 언제든지 다른 왕을 섬길 수 있다. 이는 농노들도 마찬가지다.
농노는 ‘땅’에 얽매여 있지, 사람에 얽매인 존재가 아니다. 즉, 어떤 영주가 어느날 갑자기 농노가 경작하는 땅에 와서 “내가 이땅 주인”이라고 하면 농노는 그 영주를 섬긴다. 그것은 계약 관계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노는 영주에게 굳이 충성할 이유가 없고, 봉신(영주)는 왕에게 굳이 충성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개인’으로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반면 동양 특히 우리나라는 ‘땅’의 소유 개념이 없다. 농민은 땅을 경작할 경작권만 갖고, 그것을 나라에 바치면 세금이 되는 것이고, 땅의 수조권을 가진 귀족들에게 바치면 ‘도조’가 됐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나라가 해줬다. 서양처럼 계약과 계약으로 이뤄진 관계가 아니라 나라에서 결정하면 그것을 따라야 했다.
따라서 수직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충신은 불사이군이라는 충을 강조하는 문화가 강하면서 이런 수직적 문화는 귀신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장화홍련에서 장화와 홍련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고을 사또에게 이야기하고 원혼을 풀어가는 등의 모습이 동양적 귀신이라는 것은 이런 것에서 유래가 된다.
무당이 굿을 할 때에도 “잡귀야 물러가라”고 하지만 결국 원귀가 무당의 몸을 빌려서 자신의 원통한 것을 다 이야기하고 결국 물러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양귀신은 흑화가 돼서 아무도 닥치는 대로 죽이는 그런 귀신이 되지만 동양귀신 특히 우리나라 귀신은 억울함 때문에 귀신이 되고, 그 귀신은 억울함만 풀면 승천하는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문화와 경제적 배경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