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속 경제리뷰] 식품산업과 삼국지 속 요리들

2023-08-18     전완수 기자
삽화=김진호

※ 본 글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쓰여졌으며 간혹 정사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리뷰=전완수 기자] 지난 2일 SK그룹의 주도로 지난해 시작했던 ‘한식의 산업화’를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추진할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정하고 국민 아이디어 공모에 나선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식품산업, 즉 요리는 여러 나라의 개성을 나타내거나 홍보 효과를 주어 경제적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삼국지 속에서도 다양한 요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손권의 개자리나물볶음

때는 유비가 마량의 조언에 따라 영릉, 계양, 무릉, 장사의 형남 4군을 차지하고 세력을 확장했을 시기다. 당시 오나라의 주유는 유비가 차지하고 있던 형주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손권의 여동생인 손상향을 떠올리며 한 계책을 세운다. 바로 손상향과 유비를 결혼시키고 싶다고 유비에게 서신을 보낸 뒤 결혼을 위해 오나라에 도착한 유비를 죽여버리고 형주를 차지해 버리는 것. 그렇게 유비가 오나라에 왔을 때 손권이 대접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개자리나물 볶음이다. 평소에 너무 기름진 음식들만 먹어왔던 그는 그날따라 나물 요리가 먹고 싶어 요리사에게 부탁했는데, 재료가 떨어져 고민하던 요리사가 밖에 보이던 나물을 볶아 내온 것이다. 한편으론 한 세력의 대장인 유비에게 고기 같은 비싼 음식이 아닌 나물을 대접함으로써 그의 성품을 한번 확인해보려던 속셈도 있었는데, 유비가 단 하나의 불만 없이 정말 맛있게 먹자 그 모습에 약간의 호감을 가졌다는 얘기도 있다.

닭갈비 하나에 목이 잘리다

때는 위나라의 왕 조조가 촉의 유비를 상대로 한중에서 전쟁을 벌이던 때였다. 그런데 유비군의 참모 법정의 활약으로 조조군이 불리해지자 조조는 군사를 물릴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좋아하는 닭고기 요리를 먹으며 근심하고 있는데 하후돈이 조조에게 찾아와 암구호를 물어봤다. 마침 닭갈비를 먹고 있던 조조는 무심코 계륵으로 하라고 했다. 지금 벌이는 전쟁의 원인인 한중처럼 먹으려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모습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암구호를 병사들에게 전했는데, 참모인 양수가 갑자기 주군(조조)이 철수할 생각이라며 미리 짐을 싸서 철수 시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대비하라 했고 참모가 그렇게 말하니 하후돈은 이에 따랐다. 결국 양수는 이 일로 멋대로 움직여 군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죄로 처형당하고 만다. 그런데 나중에 조조는 진짜 한중 공략이 힘들다고 판단해 양수의 말처럼 철수한다. 양수의 입장에서는 나름 억울할 만한 사건이다. 그렇지만 조조가 평소에도 통닭을 좋아했고 그저 즐겨먹던 음식을 보다가 문득 떠올린 암구호 하나를 가지고 양수가 너무 과대해석을 해 죽음을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고작 닭고기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모습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강의 신의 노여움을 달래다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복귀하던 중 큰 강의 풍랑이 심해 건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때가 있었다. 기존의 남만인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산 사람 50명의 목을 베어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악습이 있었다. 이를 안 제갈량이 그런 풍습을 고치기 위해 요리사를 시켜 만든 것이 바로 만두다. 밀가루 반죽 속에 각종 고기와 야채를 섞어 넣고 사람의 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그걸로 제사를 지내게 한 것이다. 이후 남만인들은 제사때마다 사람들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가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

요리의 경제적 영향

이처럼 삼국지 속에서도 요리는 국가 간의 관계, 한 인물의 목숨, 부족의 풍습 등을 바꿔 버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영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크다. KDI 경제정보 센터에 올라와 있는 경제로 세상 읽기에 따르면 2030세대가 대부분 집을 살 여력이 없어 맛있는 음식에 돈을 써 행복을 찾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의 트렌드가 또 한 번 변한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밥을 먹는 문화가 확산됐다. 한국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가 이미 2019년 기준 4조 2000억원을 돌파했으며 3년 뒤인 2025년까지 가정 편식의 시장 규모가 연평균 9.2%나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식품산업의 형태는 그때의 시대상을 나타내기도 하며 국가의 경제적 상황을 보여준다. 궁핍한 나라는 단순히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하는 식문화가 퍼져 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면 맛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풍요로우면 하나의 예술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고 각 나라별 지역마다 개성 넘치는 요리들이 생겨났다. 서로의 식문화를 경험하러 각지에 관광을 하러 가는 문화가 형성하게 한 것이다. 관광객들은 음식을 먹은 뒤 그곳의 상품들을 구입하고 여러 홍보 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러면 관광지에서는 수입이 증가한다. 그건 그곳 주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이유가 되며 그 주민들이 또 소비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럼 마지막 단계는 그 지역 자체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요리는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식품시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지금,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기대된다며 여러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