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창문세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창문세는 근대유럽의 조세 제도 중 하나다. 건물에 나있는 ‘창문’ 개수나 폭을 기준으로 삼아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봉건시대를 지나 왕권이 강화되면서 이제 귀족들에게 세금을 부여해야 했는데 당시 토지 측량 기술 등이 발달하지 않으면서 그에 따라 새로운 조세제도가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왕이 가장 손쉽게 세금을 매기는 방법으로 ‘창문세’를 고안한 것이다. 하지만 창문세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왕권이 강화되면서

봉건시대를 지나 근대로 넘어가면서 왕권이 강화되자 왕은 귀족들에게 세금을 걷고 싶어했다. 하지만 토지를 중심으로 세금을 부과하려고 해도 토지 측량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에 왕은 좀더 쉬운 방법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난로세, 장갑세, 모자세, 수염세, 벽지세 등이 출현하게 됐다.

별의별 이유를 들어 세금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이른바 ‘인두세’에 해당한다. 즉 사람의 머릿수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금들은 결국 귀족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좀더 명확한 세금 부과 기준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창문세이다.

프랑스부터 시작

창문세는 1303년 프랑스 필리프 4세가 고안한 여러 가지 세금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귀족들의 반발 때문에 결국 폐지가 됐다. 그러나 창문세는 곧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게 됐다.

그리고 1696년 영국은 창문세를 시행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1662년 찰세 2세가 군자금 조달 목적으로 난로 1개당 2실링의 난로세가 시행됐다.

난로세는 징수원이 직접 집으로 들어가서 난로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반발이 심했고, 윌리엄 3세가 난로세를 대체할 방법으로 창문세르 도입한 것이다.

당시 유리는 값비싼 건축재료에 속했기 때문에 창문을 많이 달면 달수록 부유함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또한 징수원이 굳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창문 개수를 세면 되기 때문에 징수원들의 업무가 수월했다.

도입 초기인 1696년 모든 주택에 2실링, 창문 10~20개의 주택은 추가로 4실링, 21개 이상은 8실링을 부과했다. 이후 계속 수정을 가하면서도 창문세는 유지됐다.

꼼수 난무

창문세가 부과되면서 건축주 입장에서 꼼수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합판 등으로 가려서 숨긴 것이다. 아예 창문을 막아 창문의 숫자를 줄이기도 했다. 이를 1851년 주택세가 도입되기 전까지 이어져왔다.

창문세로 인해 창문이 막히고 창문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햇볕을 보지 못하게 됐고, 환기가 되지 않으면서 우울증이 발생했고, 병균이 창궐하면서 전염병이 만연했다.

프랑스는 다른 방식의 창문헤가 만들어졌는데 루이16세는 창문의 개수가 아니라 창문의 폭을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건축기술로는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벽에 큰 구멍을 뚫고 창문을 내는 일이 어려웠고, 자연히 창문이 넓을수록 부유한 집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에 사람들은 창문의 폭을 줄이고 출입문이라고 우겼다. 그러면서 프랑스 건축양식 중 폭 좁은 창문이 유래하게 됐다.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하는 하나의 원인이 ‘창문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