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고금리 시대, 저축은행 가는 MZ세대...목적은 ‘제각각’

2023-08-29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기나긴 저금리 시대가 저물가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신조어)들의 저축은행을 향한 발걸음이 빨리지고 있다. 다만, 이들은 ‘제테크’를 위한 목적과 기존 시중은행의 까다로운 대출을 피하기 위해 저축으로 방향을 바꾸는 목적 등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되고 있어 MZ세대들 사이에도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돈 안쓰고 제테크 목적으로

최근 국내 물가가 천정부지 올라 국민들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은 무소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소비 줄이기에 적극적이다. 또한 물가가 오르자 국내 금리도 함께 상승해 저축을 통한 돈 모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과 ‘파킹통장’과 같은 상품은 MZ세대에게 돈을 모을 수 있는 좋은 선택지다. ‘파킹통장’은 단기간 예금에도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식예금을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로, 차량을 잠시 주차했다가 출차하는 것처럼, 하루나 이틀과 같이 단기간 입금 후 인출해도 이자를 지급하는 통장을 의미한다. 7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에 올라서며 외환위기 시절 이후 1998년 11월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물가는 7월 전부터 이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이에 국내 소비자심리도 얼어 붙었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일리면서 소비 둔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계대출의 이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소득 증가가 부족하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이에 MZ세대들은 최근 '무지출 챌린지'를 이어가며 소비 줄이기에 나서는 중이다. 절약을 넘어 소비 자체를 하지 않는 '무소비'가 목표인 챌린지로 최근 고물가 흐름에 맞춰 소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미다. 소비를 줄인다면 수중에 돈이 남기 때문에 MZ세대들은 자연스레 저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권 예·적금은 MZ세대에게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MZ세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저축에 매진하고 있다. 금통위 이후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은 6월 말에 비해 약 10조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높아지는 ‘파킹통장’

이때 MZ세대가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업권으로는 저축은행이 있다.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고 ‘파킹통장’과 같은 상품을 이용하면 소액을 단기간 넣어놔도 고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파킹통장은 직장인들의 월급 통장으로 많이 사용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별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OK저축은행의 OK읏통장의 고금리 시대에 파킹 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OK읏통장의 금리는 1000만원 이하 예치시 연 3.0%를 제공한다. 여기에 타 금융사의 오픈뱅킹에 OK읏통장 계좌를 등록하면 0.2%의 우대금리를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최고 3.2%의 금리 혜택이 제공된다. 직장인을 위한 웰컴저축은행의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도 최근 금리를 최대 2.0%에서 3.0%로 인상했다. 직장인들만 가입 가능했던 가입 기준도 전업주부까지 가능하도록 완화해 고객의 폭을 넓혔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룰루2030적금은 디지털페퍼 앱에서 가입 가능한 MZ세대를 위한 적금 상품이다. 기본금리가 연 3.5%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연 1.5%가 더해진 5.0%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방 저축은행인 BNK저축은행도 4%에 가까운 예금 금리를 제공하는 중이다. BNK저축은행의 삼삼한정기예금은 연 3.6%의 기본금리에 온라인 가입시 0.1%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등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도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것 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업권에서도 예금 금리 인상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대출 갈아타기’ 위해 저축은행으로

앞서 언급했 듯 ‘제테크’를 위해 저축은행으로 향하는 MZ세대들과는 달리 대출을 더욱 손쉽게 받기 위해 저축은행으로 향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업권별 대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총액은 41조914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35%인 14조7532억원을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가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지난 2020년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 12월 말의 저축은행 가계대출 총액은 2019년 12월 말 대비 36.6% 증가한 40조 18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대는 47%(2조9998억원→4억2627원) 증가했고, 30대는 38.9%(7억1419원→9조 9215억원) 증가하며 평균치를 상회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세를 견인했는데, 2021년 12월 말의 저축은행 신용대출 총액은 2019년 12월 말 대비 71% 증가한 28조6786억원에 달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올해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4.3% 증가해 41조9140억원을 기록했고, 이중 신용대출 총액은 6.7% 증가해 30조6118억원을 기록했다. 국회 기획재정우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은 “코로나19,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는 늘었는데 대출규제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은 청년층이 저축은행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 의원은 이어 “저축은행은 대출 금리가 높은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부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청년층 부채 관리와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