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내 노후 어쩌나”...77조원 날린 국민연금

2023-08-31     전수용 기자
사진=국민연금공단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우리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증시 침체의 여파로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이 ‘최악’이다. 지난해 말까지 950조원의 기금 규모를 넘보던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최악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반기까지 약 77조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기금 운용 수익률도 -8.0%로 추락했다. 국민연금이 올 들어 운용 수익률 방어에 실패하면서 연간 기준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운용 손실액 ‘77조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들어 상반기까지 누적 수익률이 -8.0%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까지 누적 수익률은 -4.73%였는데 한 달 사이 3.27%포인트 하락했다. 기금 운용자산은 6월 말 기준 총 882조 7000억원이다. 한 달 전 912조 3550억원에서 29조 6550억원 감소한 것으로 올 들어 운용 손실액은 76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별로 수익률은 국내주식 ­19.58%, 해외주식 -12.59%, 국내채권 -5.80%, 해외채권 -1.55% 순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주식 부문 수익률이 저조했으며 특히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다만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등에 자금을 투자하는 대체투자 부문은 7.2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수익 대부분은 환율 상승에 다른 이익과 배당 수익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투자 부문은 유일한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까지 수익률은 부실 자산을 파악할 수 있는 '공정가치 평가'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국민연금이 수익률 방어에 실패한 것은 주식 부문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부문 수익률은 전달 대비 각각 12%포인트, 4%포인트씩 추가로 급락했다. 상반기 기준 국내 주식 투자액과 해외 주식 투자액은 각각 132조원, 236조원인데,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투자 손실폭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국내 주요 코스피 상장사의 대주주로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분기까지 기금 운용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주식·채권 동반 약세로 손실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주식과 채권 모두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하반기에 수익률 회복했다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각국의 주요 연기금들의 수익률도 처참한 수준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올해 상반기 누적 수익률 -14.4%를 기록했고 네덜란드 ABP(-11.9%), 미국 캘퍼스(-11.3%)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밑돌았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일본 공적연금(GPIF)이 각각 -7.0%, -3.0%로 국민연금 수익률을 웃도는 정도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가 시작된 하반기에는 수익률이 일부 회복됐다. 국민연금 측은 하반기 들어 주식시장 변동 폭이 축소되고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둔화로 2분기 대비 안정화 되어가는 모습이며, 국민연금 수익률도 현재 -4%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6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 긴축’ 발언 후폭풍으로 전 세계 증시가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뿐만 아니라 “베어마켓 랠리가 끝났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국민연금의 연간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연간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8년과 2018년 두 번이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 관리에 힘쓰겠다”며 “경기 회복기 성과를 높이기 위한 투자 기회 확보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