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수상한 거래 뒤에 선 ‘암호화폐’

2022-09-14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업비트, 빗썸 등 5대 가상자산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접수한 의심거래보고(STR) 건수가 최근 1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8조원대 이상 해외송금 거래에 가상자산(코인)이 연루돼 있는 만큼 가상자산사업자가 보고한 STR 대부분도 연루돼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상한 거래, 최근 16배 급증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이 FIU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가 FIU에 접수한 STR 건수는 32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가 STR 접수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접수 건수 199건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고객의 금융거래가 자금세탁 등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FIU에 보고한다. 보고는 정부가 제시한 '체크 리스트'에 더해 사업자 각각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세부 판단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가상자산 의심거래 사례는 개인 명의의 지갑 혹은 계좌와 외부의 특정 지갑·계좌 사이 지속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경우다.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거래를 했을 때나 출금 등 거래 가능 금액을 무리하게 늘려달라는 요구를 할 때도 의심거래로 분류된다. 갑자기 고객의 거래 패턴이 과거와 달라진 경우도 STR 대상이 된다.
FIU

가상자산 이용한 환치기?

금융권은 가상자산 STR 대부분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와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8조원대 이상 해외송금의 자금 출처 대부분을 가상자산거래소로 꼽았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달 11일 우리은행 한 지점에서 4000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일당 3명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코인 환치기를 의심 중이다. 금융당국도 일부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제재심을 진행하고 있다. STR 접수를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된 만큼 지도 형태로 제재하고 있다. FIU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적정하게 STR을 했는지 등을 점검 중이고, 일부 사업자에는 개선 권고 사항도 전달했다.

모니터링 역량 강화해야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FIU는 금융사들로부터 STR을 접수고, 필요에 따라 검찰·경찰 등 기관에 전달하는데 접수 여부 판단이 사실상 개별 금융사 역량에 달려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FIU는 인력 부족 등 이유로 금융사의 보고 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사가 실수든 몰라서든 의심거래를 발견하지 못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강민국 의원은 "코인 관련 의심거래보고가 폭증하고 있는데, 가상자산거래소가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이어 "최근 가상자산거래소가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된 정황까지 있는 만큼 FIU 등 정부가 의지를 갖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