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강(强)달러 영향이 나에게도...다중채무자 ‘뇌관’ 되나

2023-09-21     전수용 기자
출처=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거칠게 끌어올리면서 국내 금융소비자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부담의 방향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금리다. 미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실패하면서 자이언트 스텝을 넘어 ‘울트라 스텝(금리 1% 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 기준금리 인상 폭 확대로 이어져 취약 차주를 벼랑 끝으로 몰아 세우게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고환율이 수입 물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바로 우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잠식한다.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기준금리 3% 되면 맞는 일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장 우려대로 기준금리를 1%p(포인트) 인상하면 우리 통화당국의 보폭 역시 25bp에서 50bp로 커지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1년간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만 100만원 넘게 오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50bp 끌어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 기준금리만 3%다. 11년 만에 다시 3%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25bp 오를 때 1인당 이자 부담이 연간 16만1000원씩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이에 근거하면 기준금리 3%시대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만 연간 13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전체로 보면 25bp 오를 때마다 3조원, 즉 한은이 이번에 빅스텝을 밟게 되면 이의 8배인 24조원의 이자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취약 차주 ‘뇌관’ 되나

이같은 상황은 물가를 잡기 위한 선택이지만 급증하는 이자는 오롯이 차주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특히 경제적으로나 상대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이자 부담과 여러 군데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에게 직격탄을 줄 전망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금융기관 다중채무자는 450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지고 있는 빚의 규모는 598조3345억원으로 인당 평균 채무액은 1억3269만원에 달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으로 ‘빚으로 빚을 돌려막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상환 부담이 늘어나 연체율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다중채무자는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최근 3년간 다중채무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12월 말 다중채무자는 2018년 12월 말 대비 6.1%(424만4천명→450만2천명)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층의 다중채무자가 급증했는데, 청년층은 22.7%(30만1천명→36만9천명), 고령층은 29.4%(42만4천명→450만2천명) 늘어났다. 전체 채무자 중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2019년 12월 말 22%였던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2년 만에 22.6%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13.3%에서 15.6%까지 치솟았는데, 이러한 증가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올해 6월 말 16.4%에 달했다. 늘어나는 다중채무자 수와 함께 대출액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다중채무자의 채무액은 598조3345억원으로, 다중채무자 한 명당 1억3269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인당 채무액이 가장 큰 연령대는 40대였다. 40대 다중채무자 한 명당 평균 1억4625만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채무액이 큰 연령대는 50대로 한 명당 평균 1억4068만원을 빌리고 있었다.

버는 돈 똑같은데 인플레 상승으로 쓸 돈도 없어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가처분소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남는 돈, 즉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다. 버는 돈은 똑같은데 환율이 오르며 수입 물가 등이 올라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가처분소득에서 국민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손실보상 금액 등 정부가 공짜로 준 소득인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순 소득은 올해 1분기 336만8662원에서 326만3757원으로 10만원 이상 줄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고환율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모든 나라가 같이 움직였다면 9월 들어서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유독 약세로 돌아섰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정부 당국에 대해 고환율·고물가가 복합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등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진선미 의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겹치며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이어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청년층과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차주의 채무조정, 대환대출 등을 고려하여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