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新 종부세 시행령, 지방주택 투기 부추기나

2023-09-23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앞으로 이사나 상속처럼 불가피한 이유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게 된 사람은 1세대 1주택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지방 저가주택의 기준이 조세체계에 맞지 않아 지방주택에 대한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6일 입법 예고, 23일 시행

기획재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16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를 위해 신규 주택을 취득했으나 기존 주택을 곧바로 처분하지 못한 경우, 상속으로 주택을 취득한 경우, 주택 1채와 지방 저가 주택을 함께 보유한 경우 1세대 1주택자로서 종부세를 납부하게 된다. 우선 이사를 위해 새집을 구입한 경우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한다면 1세대 1주택자로 인정해준다. 상속 주택의 경우 상속 이후 5년간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과세하며, 투기 목적이 없는 저가 주택(수도권 공시가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을 상속받았다면 기간 제한 없이 1세대 1주택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주택 지분을 40% 이하로 상속받은 경우도 무기한으로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적용한다. 더구나 상속 주택은 주택 수 제한이 없어 몇 채를 상속받더라도 계속 1세대 1주택자로서 세금을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세대가 일반 주택 1채와 상속 주택 2채를 보유했을 경우에도 이 세대는 세법상 1세대 1주택자로 간주된다. 수도권이나 특별자치시·광역시 외 지역에 위치한 지방 저가 주택 역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종부세를 매긴다. 단, 지방 주택의 경우 투기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1채까지만 추가 보유를 인정한다. 지방 저가 주택 기준은 공시가 3억원 이하로 확정됐다. 과세 당국인 국세청은 정부 시행령대로 특례 대상을 선별해 일시적 2주택자 4만7천명, 상속주택 보유자 1만명, 지방 저가 주택 보유자 3만5천명 등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 대상자는 이달 말까지 홈택스나 서면을 통해 특례를 신청하면 된다. 특례를 통해 1주택자로 간주되면 공시가 11억원까지 공제를 받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세금을 내더라도 종부세율이 최고 6%(다주택 중과세율 1.2∼6.0%)에서 3%(기본세율 0.6∼3.0%)로 내려가며, 고령이거나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경우 최대 8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고령으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거나 한 집에 오랫동안 거주한 1세대 1주택자는 주택을 처분(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연기할 수도 있다. 종부세 납부 유예를 받으려면 납부 기한(12월 1∼15일) 전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관련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주택을 처분할 때는 납부 대상 금액에 연 1.2%의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을 더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개정안은 지난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23일 공포·시행됐다.
출처=유동수

野 “지방주택 투기 부추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준을 공시가 2억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원안대로 3억원이 유지됐다. 지방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2주택자 일지라도 지방주택의 공시가격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있어서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농어촌주택, 고향주택 소유자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개정된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지방 저가주택 소유자 역시 1세대 1주택 추가공제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다. 문제는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어촌주택, 고향주택은 수도권, 도시, 조정대상지역 등이 아니어야 하고 기준시가 역시 2억 이하일 것을 요구하는 등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되어있음에 반해 개정된 종부세법상 지방 저가주택의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 저가주택은 공시지가 3억 이하에 수도권, 특별자치시,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주택이기만 하면 된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동수 의원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근거가 되는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을 비교했을 때, 정부가 종부세법 시행령에서 지방 저가주택의 기준으로 삼은 공시지가 3억은 소득세법상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는 기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이를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에 준하는 1세대 1주택 종부세 추가공제 11억에 차용하는 것은 조세체계상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세체계상 소득세법의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에 상응하는 것이 종부세법 1세대 1주택 5억 추가공제(기본공제 6억 + 추가공제 5억)라고 본다면, 양도소득세의 경우 농어촌주택의 요건을 매우 엄격히 규정해 과세특례 범위가 협소함에 반해 종합부동산세는 지방 저가주택의 요건을 느슨히 규정해 과세특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인구 20만 이하의 시군 등 제한된 요건에 한해 농어촌주택, 고향주택을 소유한 2주택자를 1주택자로 보아 비과세 혜택을 주는 조특법의 취지가 몰각되어 수도권, 광역시 등을 제외한 지방 저가주택에 대한 투기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유동수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종부세법 시행령으로 조특법의 취지를 몰각해서는 안된다”며 “기재부의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 과정을 지켜보면 검수완박 무력화 시행령 정치의 시즌2를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백번 양보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부세법 시행령상 지방 저가주택의 기준을 3억으로 한다면, 금액 요건외에 지역요건을 강화해 과세특례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