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고환율 부추기는 외국인의 NDF 사랑, 韓 기업 피해 우려
2023-09-27 전수용 기자
해외투자자, 지난달 8조 규모 NDF 순매입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성국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비거주자(해외 투자자)와 국내 외국환은행 간 NDF 일평균 거래 규모는 98.7억달러(잠정치)로 약 13조323억원(이하 당월 원/달러 환율 일평균 종가 기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이 지난달 60억8000만달러(약 8조280억원) 규모 NDF를 순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NDF 시장에서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번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해외 투자자가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국내 은행으로부터 NDF를 매입하면 은행은 매도-매입 중립 포지션을 회복하기 위해 통상 현물환 시장에서 외환을 매입하고 현물환율 상승 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일각에서 환율 상승 국면에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NDF 거래를 두고 '쉽게 돈을 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니라는 점은 NDF의 투기성 매매에 대한 우려를 높이게 된다. 고환율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은 현상황에서 이같은 거래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렸다.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올들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 위원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4.4%, 내년에는 4.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6월 제시한 전망치 3.4%, 3.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이에 따라 11월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정 세력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글로벌 달러 강세 등 대외 여건에 편승해 역외 투기적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에 있다"며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속도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려 24시까지 확대하고 국내 은행과 증권사가 주도하는 국내 외환시장에 해외 금융기관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외환시장 선진화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다고 했으나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정부는 해당 정책으로 특정 투기 세력이 환율 방향성에 영향을 제한하고 NDF 거래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 리스크(위험)에 민감한 국내 외환시장 특성상 개방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 실정이다. 홍성국 의원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늦어도 9월 나와줘야 하는데 속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고려하면 지금 시작해도 2024년에야 시행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제도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 시간이 더 지체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려면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공행진 환율, 우리 기업 피해 우려
전국경제연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지난 25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수출기업들의 재무담당자를 대상(105개 응답)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연평균 환율수준을 1303원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기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1395원) 이후 24년 만이다. 현 시점의 연평균 환율전망 1303원은 올해 초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 전망한 연평균 환율인 1214원 대비 89원 높은 수준이다.(이번 환율조사 종료시점 이후인 9월14일부터 12월 30일까지) 평균환율이 1400원이 돼야 가능한 수준이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기업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기업들은 당초 예상한 전망치보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평균 0.6%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전망치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업이익 감소(45.8%) △영업이익 증가(36.2%) △영향없음(18.0%) 순이었다. 대다수 기업은 이미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축경영에 나섰다. 최근 환율급등에 대응해 인건비 등 ‘원가절감(31.1%)’과 같은 허리띠 졸라매기로 대응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수출입단가, 혹은 물량조절(24.8%) △상품투자 등 환헤지전략 확대(14.0%)로 대응한다는 기업들이 뒤를 이었고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11.4%에 달했다. 기업들은 환율안정을 위한 정책과제로 ‘외환시장 안정조치’(43.5%)를 꼽았다. △수출입 관련 금융·보증지원(15.9%) △공급망 안정화(15.6%)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11.1%) 등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고금리 등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환율마저 급등해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환율수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어 통화스와프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