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고금리에 시름 깊어가는 서민들...해법은?
2023-10-05 전수용 기자
채무조종 신청 급증
통상적으로 카드론의 증가는 개인 파산으로 가는 ‘예비 신호’로 여겨진다. 실제로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된 채무조정 신청만 보더라도 25만 건을 웃돌았다. 갚기 버거운 수준의 빚을 짊어진 사람은 빚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렵다. 부채가 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때 적자 가구가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식비와 아이들 교육비다. 그런 가족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족 갈등, 부부 폭력, 가족 해체, 사회적 고립, 우울감의 위험도 커진다. 이런 상황이 더 나빠지면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진 빚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 부검을 보면 경제적 문제 중 부채가 71%에 달한다.빚 늘어나면 사회적 손실도 증가
과도한 빚의 영향력은 파괴적인데 갈수록 과중 채무자가 늘어나면서 2000년 이후 집권한 모든 정부가 예외 없이 금융 취약층을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는 한마음금융과 희망모아, 이명박 정부는 신용회복기금,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문재인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을 통해 금융 취약층을 위한 한시적 채무조정을 했다. 상설 채무조정제도도 꾸준히 발전해서 법원은 개인파산에 이어 개인회생을 도입했고, 신용회복제도는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시작해 단기 연체자를 위한 이자율 채무 조정이 추가됐다. 2019년에는 연체 위기나 초기 상태에 있는 개인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등을 지원하는 신속채무조정이 도입됐다.채무조정제도에 대한 엇갈린 시각
채무조정제도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신용 하락과 연체에 뒤따르는 경제 활동의 제약과 불어나는 빚의 악순환을 예방하고 탈출을 돕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빌리고 갚는 것은 개인의 책임인데도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도덕적 해이가 생겨 상환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채무 조정이 손쉬운 탈출구로 이용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채무 조정을 신청한 사람들은 신청 전 연체 기간이 평균 37개월 이상이다. 이는 채무 조정을 신청한 사람들이 재정적 곤란에 빠지자마자 도움을 받으러 달려가는 것은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채무조정까지 가는 대부분의 개인은 빚이 쌓이고 변제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심한 불안과 긴장, 대인관계 단절, 취업과 신용거래 제약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과다 채무자에 경제자립 기회를
채무 때문에 경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개인과 가족도 고통스럽고 인적 자원이 사장되니 사회에도 큰 손실이다. 채무조정제도의 목표는 채무자에게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채무 조정의 효과는 그보다 광범위하다. 실제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가 채무 조정 신청자를 2년간 추적 조사해 본 결과, 변제 부담이 줄어들면 재무 상태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정교하게 마련하는 채무조정제도는 빚을 갚을 의무의 이행을 돕는 사회적 연대의 수단이다. 정부는 최근 ‘저신용 청년 신속채무조정’이나 ‘부실 위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채무조정’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의 수혜 대상자들이 능력껏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그들이 자립과 사회 참여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채무조정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할 납부, 상환 유예, 상담사의 정서적 지지, 효과적인 금융 재무 교육이 함께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채무 조정을 해주더라도 채무자가 매월 꾸준히 상환해 신용 회복 단계로 가도록 하려면 결국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이 필수다. 빚을 지고 어려움에 빠진 평범한 사람일수록 부채와의 싸움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 채무 조정은 빚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는 제도화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