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기준금리 3% 시대, 급증하는 가계·기업 이자부담 어쩌나

2023-10-12     전수용 기자
이창용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한국은행이 또 한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벌어진 한·미 정책금리 격차를 좁히고, 최근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5%대 고(高)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렇게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 국내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17조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민간 분야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취약 가구와 한계기업 등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두 번째 빅스텝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이다. 앞서 금통위는 ▲4월(1.25%→1.5%) ▲5월(1.5%→1.75%) ▲7월(1.75%→2.25%) ▲8월(2.25%→2.50%)까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는데, 이번 빅스텝 결정으로 사상 첫 5회 연속 금리인상이라는 새 기록도 쓰게 됐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3.0%가 된 것은 2012년 10월 11일 이후 약 10년 1일 만이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 상단으로 추정되는 2.75%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긴축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기준금리가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의미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를 8차례, 총 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를 방지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의 정책금리는 3.0~3.25%, 한국 기준금리는 연 2.5%로 한·미 금리가 75bp(1bp=0.01%포인트) 역전된 상황이었는데, 이번 빅스텝으로 역전폭이 25bp로 좁혀졌다. 최근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폭을 100~125bp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을 경계하겠다고 시사했다.
사진=픽사베이

FOMC 움직임 따라 금리 더 인상될 듯

문제는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12월에도 금리를 최소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도 다시 벌어질 것이란 점이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이달 금리를 큰 폭 인상하고, 11월까지 금리를 올려야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을 100bp 안팎의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통위는 환율 안정 차원에서도 빅스텝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긴축 행보에 따른 달러화 강세 여파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수준도 여전히 높아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한국은행이 5회 연속 금리를 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6%로 이전보다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5% 중반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까지 5%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가계 8조원, 기업 9조원 이자부담 증가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이 부담할 이자도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그 규모에 대해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는 8조원, 기업은 9조원 가량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인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다시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 분석해보니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와 기업 대출금리는 각각 0.59%포인트, 0.5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분기 가계대출은 1757조9000억원이며 예금은행 잔액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8.5%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가계가 짊어져야 할 대출이자가 8조1000억원 불어나게 된다. 경기 둔화 국면에 고금리로 운영 자금을 끌어다 쓴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은행권에서 돈을 빌린 산업계 대출잔액은 2분기 말 1713조1000억원에 달한다. 빅스텝 시 기업 이자 부담은 8조9000억원 더 늘어난다. 문제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 유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한은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와 기업 이자 부담은 34조1000억원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 관계자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되는 범위를 늘리면서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등 보완책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