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제판을 취재한 뒤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이끌었다. 아렌트가 본 아이히만은 괴물이나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신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단지 주어진 명령에 따라 직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이다. 국가의 명령에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재판에 관한 이런 말을 남겼다.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으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 데 아이히만은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무능했다.
1867년 어느 말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에서 선원은 풍랑을 만나 타고 잇는 배가 침몰했다. 황급히 구명정을 타고 기약 없이 바다를 떠돌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배고픔과 갈증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그들 중 가장 어린 풋내기 선원이 바닷물을 마셨다가 병에 걸려 죽게 된다.
이를 지켜본 선원 한 명이 “어차피 이 친구는 병에 걸린 데가 가족도 없으니 늦기 전에 그를 죽여 식량으로 삼자”고 주장했다. 설왕설래가 이뤄졌지만 결국 그들은 병든 선원을 죽여 그 살과 피를 먹고 목숨을 부지했다. 일주일 뒤에 세 사람은 지나가던 배에 구조되어 영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규정할 건가요? 정당한 힘의 사용? 폭력이나 살해행위? 이들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요? 두려움을 극복하는 나만의 비법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