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대한민국 집어삼킨 ‘카카오 사태’...서버 불나면 은행들은 괜찮나요?
2022-10-18 전수용 기자
금융권 중 전산장애 1위 ‘은행권’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전산장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2022년 8월까지 3년여간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총 781건에 피해추정액은 확인 가능한 금액만도 346억424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장애 발생 규모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196건 ▲2020년 198건 ▲2021년 22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산장애가 가장 많은 금융업권은 은행으로 총 275건(35.2%)이 발생하였으며, 다음으로 증권 246건, 보험 137건, 저축은행 66건, 카드 57건 순이다. 금융업권별 전산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한 회사를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3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추정 피해액은 경남은행이 24억6000만원으로 1위다. 증권(금융투자)의 경우, NH투자증권이 22건으로 가장 많은 전산장애가 발생하였으며, 추정 피해액은 미래에셋증권이 46억2839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보험업권은 교보생명보험이 1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추정 피해액은 하나손해보험이 1억6470만원으로 1위다. 저축은행의 경우, 전산장애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저축은행과 오에스비 저축은행으로 각 10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하였으며, 추정 피해액은 대신저축은행이 141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카드업권은 삼성카드가 12건으로 전산장애가 가장 많았고, 추정 피해액은 비씨카드가 24억3117만원으로 1위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IT인프라 운영상의 주요 리스크를 평가하여 사고개연성이 높은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어 “금융회사 IT업무 전반을 평가하는 ‘IT실태평가’에 전산장애에 대한 평가 항목을 반영해 사고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선안 마련을 주문했다.윤 대통령 “불나도 이런데 전쟁나면 어떡하나”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역대 최장시간 발생한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 사태’에 대해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화재 발생시 비상대응계획 등을 재점검하고 있다. 카카오 관련 서비스 먹통 사태를 초래한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전체 금융회사에 대해 전산센터 화재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해 제기되는 뱅크런까지 진행되진 않겠지만 금융서비스업에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며 “은행들 내부에서도 비상대응계획 점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지침으로 전한 비즈니스 컨틴전시 플랜(Business Contigency Plan)에 따라 데이터 센터를 이원화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전산센터와 비상시를 대비한 보조센터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다. 주전산 데이터센터에 저장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조센터에 백업해 놓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지침에 따라 주전산센터와 보조센터의 거리는 30km를 넘지 않으며, 모든 은행들은 매년 1회 이상 재해 복구 훈련을 진행 중이다.은행별로 살펴보니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주전산센터는 용인 죽전에 있고 보조센터는 경기도 일산에 있다. 주 전산센터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네트워크를 전환해 보조센터가 주 전산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중 구축이 되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 대고객 서비스는 재해 선언후 3시간 이내 전환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전산센터를 김포에, 보조센터를 서울 여의도에 운영하고 있다. 전산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금융전산 재난 현장 조치 행동메뉴얼'을 바탕으로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컨틴전시플랜(비상대책)을 가동해 상황 종료시까지 운영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인천 청라에 주전산센터가 위치해 있고 경기도 분당에 보조센터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상암에 주 전산센터가 있고 분당 정자동에 백업센터를 두고 있다. 재해 대비 훈련을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는 데,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 1회씩 실시 및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전쟁나도 끄떡없다
은행들은 화재 뿐 아니라 전쟁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금융 거래가 최대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도 구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전쟁이 발생할 경우 즉시 비상대책반이 구성되며, 영업점·대고객 업무·시설물 관리·직원 및 직원 가족 등에 대한 단계별 대응을 진행한다. 현금 및 중요 증서, 채권, 전산 등 분야별 대응 절차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또다른 은행은 부서별로 비상대책 관련 요원들이 1~2명씩 지정돼 있어 전시 상황에 각자가 본부의 부서 역할을 맡는다.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리 정해놓은 경기도 모 처의 장소로 이동한 뒤, 금융거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산 등 시스템을 비상 가동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센터가 폭발하지 않고 전시 기간에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금융거래가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은행별로 비상계획이 짜여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