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박가분
2023-10-28 어기선 기자
포목점 단골에게 사은품으로
박가분은 처음에는 포목점 단골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여성들은 물이나 기름에 잘 녹아 피부에도 잘 발리고 미백 효과도 뛰어나다는 후기를 남길 정도였다. 박가분이 인기르 얻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방물장수들이 박승직에게 박가분을 요청했고, 하루에 1만갑이 넘게 팔릴 정도였다. 특히 기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는 저렴하면서 화장 효과는 뛰어났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 제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산과 일본산 등이 나타나면서 박가분의 매출이 예전만 못했다.부작용 발생
하지만 박가분이 몰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유해성’ 때문이다. 박가분을 바른 여성들의 피부가 괴사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기생들 중에 정신 이상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출했고, 한 기생은 박가분 때문에 얼굴을 망쳤다면서 고소를 했다. 게다가 한 기생은 박가분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박가분은 ‘살 파먹는 가루’라는 소문이 퍼졌고, 19937년 박가화장품이 자진 폐업하는 것은 물론 생산이 중단됐다. 이는 ‘납 중독’ 때문이다. 박가분을 만드는 과정은 납 조각을 식초로 처리한 후 장시간 열을 가하면 표면에 하얀 가루가 생기는데 이를 납꽃이라고 불렀다. 그 다음 조개껍질 가루, 칡가루, 쌀가루, 보릿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 박가분이었다. 당연히 납 중독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박승직은 1935년 일본 화장품 기술자를 초청해 생산 방식을 바꿨지만 때는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