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갭투자’ 경고등 켜졌다

2023-10-28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갭투자. 한때 2030 MZ세대 사이에서 ‘영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던 말이다. 갭투자는 집값과 전셋값 차이(gap)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5억원인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4억 5000만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5000만원만 들여 집을 살 수 있다. 일정 기간 뒤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갭투자는 집값이 오른다는 전제로 이뤄지는 투자이므로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갭투자자는 물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세입자에게도 위험부담이 따른다. 금리 인상발 폭풍이 부동산 시장을 덮치며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은 물론 전국의 매수심리가 실종되면서 갭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매매수급지수 급락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6.0으로 전주(76.9)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5월 첫 번째 주(91.1) 이후 24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 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수요와 공급 비중(0~200)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현재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해당 지수가 계속해 하락하는 것은 한국은행이 최근 또 한 번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은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강해지며 매수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을 포함한 동북권과 마포·은평·서대문구를 포함한 서북권의 하락이 눈에 띄었다. 동북권 수급지수는 전주(70.4)보다 0.6포인트 하락한 69.8을 기록해 집계가 시작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북권도 전주(70.7)보다 2포인트 하락한 68.7을 기록해 2019년 7월 첫째 주(63.5) 이후 가장 낮았다. 전국 기준으로도 하락세는 계속됐다.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83.7)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82.8로 2019년 9월 셋째 주(16일 기준·82.8) 이후 가장 낮았다. 수도권(79.4→78.3)과 지방(87.6→86.9), 5대 광역시(82.2→81.1) 기준으로도 하락했다. 이처럼 매수세가 얼어붙으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도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0.22%)보다 큰 0.27% 하락하며 2012년 6월 둘째 주(-0.36%) 이후 가장 큰 주간 단위 하락 폭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가 하락 폭은 전국(-0.23%→-0.28%), 수도권(-0.28%→-0.35%), 지방(-0.17%→-0.21%) 단위로도 모두 커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가 진행되며 매물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모양새”라면서 “추가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 하락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매수 관망세로 이어지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출처=홍성국

LTV 70% 이상 거래 63%에 달해

이런 가운데 ‘갭투자’에서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가 70% 넘는 고위험 거래의 비중이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성국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갭투자가 서울시는 50%, 전국적으로는 30%가 넘었다. 이 가운데 LTV 70% 이상인 거래는 전국적으로 63%에 이르며, 80% 이상인 거래도 4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갭투자는 서울, 인천, 경기의 경우 다세대주택을, 강원, 경남, 전북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성행하고 있는데, LTV 70% 이상인 거래가 서울 57%, 인천 72%였고, 강원은 무려 89%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체 주택거래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48%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38%로 약 3분의1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임대보증금 및 신용대출, 약관 대출 등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는 임대보증금 등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주택거래시 차입 비중은 40~50대가 40%인 반면, 30대 이하는 약 60%까지 올라간다. 지금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전세가격이 지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내지 깡통전세가 발생한다면 높은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갭 투자가 많은 지역의 부동산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하락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무리한 갭 투자를 방치하게 되면 전세금 반환 보증제도 등으로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세금이 부동산 투자자에게 이용되지 않도록 허점은 없는지 검토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성국 의원은 “그동안 LTV, DSR 규제 등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관리한 정부의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우선 갭 투자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부가 세입자 보호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