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11월 1일 가수 유재하 사망

2023-11-01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7년 11월 1일 가수 유재하가 사망한 날이다. 이날 동창회에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25세라는 짧은 나이에 사망을 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특히 발라드는 유재하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음악성에 대한 평가가 높다. 아울러 유재하 노래에 영향을 받은 후배 가수들이 상당히 많다. 단 한 장의 앨범을 냈지만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용필이 먼저 불렀던 노래

우리나라 발라드는 유재하로 들어와서 유재하로 나간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다.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가 재학을 했다. 그러면서 작곡, 작사, 편곡,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기타, 키보드 등 여러 가지 악기의 연주가 능통했다. 그러던 중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키보디스트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조용필은 유재하에게 자신을 위해 노래를 작곡해줄 것을 요청했고, 조용필은 해당 곡을 7집 앨범에 취입했다. 그것이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였다. 다만 양인자 작사 조용필 작곡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조용필의 일본 공연 동행에 필요한 학교의 허가를 받지 못해 위대한 탄생에서 탈퇴하게 된다.

김현식·이문세에게도

한양대 졸업 후 유재하는 김현식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활동을 했다. 그때 김현식에게 노래를 선사했는데 그것이 ‘가리워진 길’이다. 다만 봄여름가을겨울과 맞지 않아서 탈퇴를 했고, 김현식은 해당 노래를 취입하지는 못했다. 이문세도 유재하로부터 노래를 받았는데 그 노래가 ‘그대와 영원히’였다. 해당 노래는 3집 앨범 ‘난아직 모르잖아요’에 수록됐다. 이후 유재하는 당시 돈 800만원을 들어 1987년 8월 서울음반을 통해 앨범을 내놓았다. 악기 편성, 리듬, 코드 진행, 형식, 편곡, 노래, 앨범 컨셉까지 모두 유재하가 했다. 하지만 해당 앨범이 나오자 라디오 PD들은 외면을 했다. 당시 라디오가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에 PD의 권력은 상당했다. 라디오PD가 외면을 했지만 청취자들은 유재하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당시 이문세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는 한 주간의 신청 엽서와 방송 횟수를 집계해 가요 순위를 선정하는 ‘별밤 차트’란 코너가 있었는데, ‘지난날’이 기록적으로 장기간 1위를 질주하기도 했었다.

발라드는 유재하로 들어가서 유재하로 나와

우리나라 발라드 역사에서 유재하가 갖는 위치가 상당하다. 일부 음악평론가들은 발라드는 유재하로 들어가서 유재하로 나왔다고 표현을 했다. 음대 작곡가 출신 답게 기존 대중음악과는 다른 느낌을 줬다. 기존 대중음악은 소위 ‘뽕끼’라는 것이 있었지만 유재하는 그것을 완전히 뺐다. 슬프고 애잔한 느낌이지만 신파조는 아니다. 슬프지만 깔끔한 느낌을 벗어나게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문세-변진섭-신승훈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발라드 계보는 이영훈과 유재하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