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11월 3일 공업용 우지 파동 발생

2023-11-03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9년 11월 3일 공업용 우지(쇠기름) 파동이 발생한 날이다. 우리나라 동물성 유지식품 시장에 가장 최대 격변의 사건이다. 우지 파동은 검찰이 식품회사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들여보다가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무해하다고 파정하면서 큰 혼란을 겪은 사건이기도 하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 최초 라면을 출시한 회사인 삼양식품이 이미지를 크게 타격 입게 됐다.

익명의 투서에서 시작된

이날 공업용 우지(쇠기름)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서울지방검찰청에 날아들었다. 이에 미국에서 비식용 우지를 수입한 양식품, 오뚜기식품, 서울하인즈, 삼립유지, 부산유지 등 5개 업체를 적발하고 대표 및 실무 책임자 등 10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입건했다. 검찰이 구속/입건한 사유는 미국에서 수입해온 2등급 혹은 3등급 등 ‘비식용 유지를 정제해 식용유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가’ 여부였다. 이는 1989년 식품공전(식품규격기준이라고도 하며, 식품위생법의 하위 규정임)이 개정됐는데 정제된 쇠기름의 산가(부패의 정도)가 기준(0.3)을 넘어선 0.4가 나와서 문제였다. 이에 검찰은 원료 조항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정 식품공전 중 문제의 원료규제 조항에서 우지의 경우 “소의 지방조직은 품질이 양호하고 신선한 것이어야 한다. 원료는 흙, 모래, 짚 등과 같은 불순물이 충분히 제거된 것이어야 한다. 원료는 품질 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관리되어야 한다”면서 애매모호한 조항이라서 논란이 됐었다. 당장 업계는 반발했다. 우지를 사용해서 라면을 제조한 것은 오래된 역사였고, 정부에서도 권장을 했으며, 식품위생법상 제반 검사에서 적격한 것으로 인정돼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은 업계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도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때렸다. 해외언론에서는 한국산 라면의 문제점을 대서특필했다.
사진=픽사베이

무해 판정 내린 보사부

하지만 보건사회부는 식품공전 규격에 벗어나는 제품은 한 건도 없었다고 판정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검찰이 식품회사가 잘못을 했으니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과 보사부가 무해하다고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뒤섞였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다양한 토론을 했지만 우지 파동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보사부, 검찰, 학계, 소비자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8인 식품위생검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전부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삼양식품 등은 1994년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3년 및 집행유예 2~5년 등을 선고받았고, 벌금 2,339억원은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항소해 1995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1997년에는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결론나 사건은 완전 종결됐다.

삼양식품의 이미지 타격

우지 파동 이전에도 라면 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1위였고, 삼양식품이 2위였다. 하지만 우지 파동 이전에 ‘라면하면 삼양’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했다. 그런데 우지 파동을 겪으면서 삼양식품에 대한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야 했고, 이것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졌다. 삼양식품은 농심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에 절치부심하면서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 하지만 우지 파동으로 인해 주저 앉아야 했다. 삼양식품 근로자 1백여명은 우지 파동이 발생하자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사표를 내야 했고, CI에는 안전한 식품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후 라면을 튀기는 기름을 동무성 기름이 아닌 팜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가 됐다. 아울러 일반 가정 및 식당에서도 식용유를 콩기름 등 식물성 지방으로 완전히 대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