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속 경제리뷰] 삼국지의 시작을 알린 동탁소전…그리고 동전과 화폐
2023-11-03 전완수 기자
※ 본 글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쓰여졌으며 간혹 정사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리뷰=전완수 기자] 최근 화폐 수집상에게 100원권 주화를 빼돌려 사사로이 이득을 챙긴 한국은행 직원이 경찰에 발각되었다고 밝혀져 화제가 되었다. 해당 직원이 유출한 주화는 최대 196배나 불어난 가격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쏠렸다. 액면가 대비 고가에 거래되는 이유는 시중에 유통된 양이 적고 사용되지 않은 주화였기 때문이다. 즉, 아직 출고되지 않은 화폐를 화폐 환전상을 통해 고가에 유통한 것이다. 화폐 수집상들에 의해서 주화의 가격이 얼마든지 뻥튀기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른 직원은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밝혀졌다. 수집상들은 주화의 발행 규모나 보존상태 등에 따라 가격을 산정한다. 위와 같은 사건처럼 화폐 수집상들은 정말 다양한 주화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런 주화들 중에는 당연히 삼국지 속에 등장하는 주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바로 그 주화들 중 한나라의 끝을 알린 동전과 더불어 그것이 쓰였던 시기의 모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리더십 넘치는 인재
동탁은 양주 농서 출신으로 성정은 거칠었지만 나름의 지략이 있었으며 무예도 뛰어났다고 한다. 특히 큰 덩치에 어울리는 그 특유의 호방함에 많은 이들이 반해 젊을 적부터 자신만의 패거리를 이끌고 다녔다고 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동탁은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친했던 강족의 무리가 찾아왔다. 거기서 동탁은 바로 밭을 갈던 하나뿐인 소를 잡아서 그들을 대접했고 강족들은 이런 동탁의 모습에 감격했다고 한다. 이처럼 뛰어난 리더십을 지닌 동탁은 북방의 이민족 토벌에 좋은 성적을 보이며 결국 하동 태수의 자리까지 올라갔고 자신의 꿈을 위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의 꿈은 천하였다.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시작한 동탁은 결국 조정에 불리게 되었고, 그는 자신만의 군대를 사병화 하며 그 세력을 키워 나갔다.한나라의 끝을 알린 동탁과 소전(小錢)
자신의 세력을 믿고 상관의 말조차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동탁을 조정은 두려워했고 군권을 박탈해보려고도 했지만 번번히 그의 능청스러운 태도로 인해 실패하고 만다. 마침내 동탁의 세력은 왠만한 제후들은 감히 덤벼보지도 못할 수준에 이르렀고 황제를 자기 마음대로 옹립시키며 폭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 동탁이 발행한 화폐가 동탁소전이라는 동전이다. 기존에 있던 오수전을 폐지하고 만든 주화로, 낙양과 장안에 있는 엄청난 양의 재료를 화폐 주조에 마구 투입하며 한꺼번에 동전을 대량 주조해버렸다. 그 결과 돈의 가치와 물가의 상승률이 반비례하면서 정말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돈이 많기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탁의 무지함이 드러나는 일화다. 동탁소전의 발행 이후 당연히 국가 자체가 혼란에 빠지면서 한나라의 끝을 더욱 앞당긴 것이다.화폐와 동전
화폐란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어 지불 기능을 가진 교환 수단을 말한다. 현대로부터 아주 먼 시대에는 대부분의 거래를 물물교환으로 성사시켰는데, 그 번거로움이 너무 커서 만들어진 것이다. 화폐가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물물교환의 대상이 될 만큼 보편적인 가치가 충분히 있어야 하며 대중적으로 쓰일 만큼 충분한 수량이 있어야 한다. 또 그 가치가 손상되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또 돈과의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돈이라는 단어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 또는 물건의 값이나 재물이나 재산을 달리 이를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명시 되어있다. 그에 반해 화폐는 상품 교환 가치의 척도가 되며 그것의 교환을 매개하는 일반화된 수단으로써 지폐나 은행권 따위를 말하는 단어이다. 즉 화폐는 가치의 척도를 나타내는 현물이나 증서를 말하고 돈은 그런 화폐의 개념을 포함하는 것과 더불어 화폐가 나타내는 추상적인 가치까지 말을 하는 단어인 것이다. 또한 위에 소개한 이야기에 나온 주화는 국내에선 보통 동전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굳이 그 의미를 나눠서 설명하자면 주화는 금속으로 만든 모든 화폐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고 동전은 그 중에서도 구리로 만든 것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 금화나 은화 등으로 나누어 사용하던 시대에는 주화와 동전을 구분해서 사용했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주화를 만드는 재료가 서로 거의 차이가 없어지게 되는 바람에 굳이 구분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현대의 동전은 그 가치가 공권력에 의해 보존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동전을 구성하고 있는 금속의 가치가 동전이 겉으로 나타내고 있는 가치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그 제조원가가 높은 것을 이용해서 동전을 녹여 팔아 이득을 충당하려는 이들도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