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희대의 난봉꾼 제우스

2023-11-08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제우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인공이면서 올림포스 12신 중 으뜸이면서 하늘을 지배하는 신이다. 그런데 제우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희대의 난봉꾼으로 묘사됐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는 제우스의 난봉질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신, 님프, 인간을 가리지 않는다. ‘여성’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유혹을 하고 관계를 맺는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19금 도서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그만큼 그리스로마 신화가 막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

번창한 제우스 사생아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독특한 점은 제우스가 난봉질을 해서 탄생한 사생아들이 적통보다 더 잘나간다는 점이다. 올림포스 12신 중 제우스 적통으로는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등이고, 아폴론, 아르테미스,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등은 사생아 출신이다. 또한 신이 아니더라도 제우스 사생아들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요 주인공들로 부각이 돼왔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대부분이 제우스 사생아들의 인생 스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BC3000년경부터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 크클라데스 문화에서 비롯된다. 키클라데스 문화는 키클라데스 제도를 중심으로 해양 문화가 번성했고, 대표적인 것이 크레타 섬의 미노스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키클라데스 문화가 육지에서 성립된 펠라고스 문화와 융합이 되면서 초기 그리스라고 할 수 있는 크레타 문명을 만들어냈다. 부족과 부족 간의 통합이 이뤄지면서 그에 따라 신들의 통합도 이뤄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른 문화권의 신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 속에서 제우스 신을 주신(主神)으로 받들고 나머지 신들은 제우스의 자녀로 격하시키게 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통합된 부족 중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부족의 신들은 ‘적통’이 됐지만 그렇지 못한 부족의 신들은 ‘사생아’로 취급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자신의 부족 안전 위해

부족 간의 통합 과정에서도 발생했겠지만 부족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면서 그리스 문화에 편입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부족의 영광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우스 신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즉, 자신의 부족은 제우스 신의 자녀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다른 부족들로부터의 침략 등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즉, 12부족에 들지 않았지만 그리스의 주신인 제우스 이름을 팔아서 부족의 안전을 담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고아원 운영 위해

또 다른 가설은 신전의 역할이다. 고대 그리스의 신전은 고아원으로 사용했다. 당시 불륜으로 인한 사생아와 고아들이 많이 배출됐다. 그들이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신전에 맡기는 것이다. 신전에 맡기는 아이들은 제우스가 낳은 아이들로 취급을 했고, 그렇게 고아원이 운영됐다.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 자식들이 신의 자녀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아원인 신전을 운영하면서 제우스는 난봉꾼이 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어쨌든 고대 그리스는 제우스를 주신으로 하면서 부족 통합이 이뤄졌으나 고대 도시 국가로 나아가면서 제우스를 주신으로 모시면서도 각 도시마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신을 따로 두면서 고대 도시 국가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