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나라빚도 이자 고통...‘금투세’ 한 발 빼는 민주당

2023-11-15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전 정권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한 여파로 인해 앞으로 정부가 짊어져야 할 국가채무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그동안 금융투자세(이하 금투세)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 의지를 보였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기조보다 한 발 뺀 당분간 ‘유예’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투세는 주식 매매차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채권 등 주식 외 투자상품의 경우 매매차익이 25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을 부과한다. 채권 투자자들도 역차별이라며 반발해왔다. 채권의 경우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차익에는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 초과 차익에는 25%(지방세 포함 27.5%)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향후 4년간 추가 이자 부담 12조원

1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 지출 비용은 2011~2020년 16조~17조원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19조2000억원, 올해 18조8000억원으로 증가세다.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한다. ▲2023년 22조9000억원 ▲2024년 25조8000억원 ▲2025년 28조5000억원 ▲2026년 30조9000억원으로 증가하는데, 불과 4년 새 이자 부담이 12조1000억원이나 불어난다. 당장 내년만 해도 본예산(정부안·639조원)의 3.6%가량이 이자를 갚는 데 소진된다. 국가가 법에 따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341조8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은 6.7%다. 이는 우선 국고채 평균조달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1.39%였던 조달금리는 지난해 1.79%로 오르더니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2.95%로 급등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올해 말과 내년에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자 부담을 발생시키는 국가채무 자체가 크게 늘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확장적 재정기조가 이어지면서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체 국가채무의 89.8%는 국고채로 이뤄졌으며,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이자 지출 중 92.4%가 국고채 이자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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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세수 확보까지 ‘경고등’

보고서는 “국가채무 규모 증가와 더불어 최근 금리 상승 추이에 따라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재정당국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한국의 성장률이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이자 비용까지 불어나면 정부의 재정 여력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라 국채 발행을 늘려 돈을 풀었는데, 이것이 부메랑이 돼 지금은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액이 일본 정부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금리가 오르면 국채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이것이 일본이 다른 나라처럼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57%에 달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50%대라 아직 이자 부담에 대해서는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따라 들어오는 세금은 줄고, 복지지출은 급증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쓸 돈까지 고려하면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더 많은 세금을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자 부담의 증가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를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2070년 NABO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시나리오에서 정부 이자지출이 2030년 39조3000억원으로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에는 53조3000억원, 2050년에는 75조9000억원, 2060년에는 104조3000억원, 2070년에는 136조1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4.2%로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2.0%)의 두 배를 웃돈다. 이자 지출이 전체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5%에서 2070년 15.7%로 늘어나며, GDP 대비 이자지출 비중도 같은 기간 0.9%에서 3.7%로 오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가 재정은 국가 운영의 마지막 보루인데,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에 휘둘리다 보니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연금 개혁, 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을 통해 재정을 효율화하고, 재정준칙의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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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강행에 한 발 뺀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금투세 도입을 강행하려던 당의 방침에 대해 지난 14일 재검토를 요청했다. 증권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을 강행해 개미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정당으로 낙인찍힐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면서 금투세 도입 여부에 대해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도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대로 시행되고, 여당은 유예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왜 시장에 안 좋은 제도를 시작하려는 당처럼 비치게 만드는 것이냐는 측면에서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지시에 따라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5일 비공개로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애초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2년 더 유예해 2025년에 도입하는 안을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법에 따라 예정대로 내년에 도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가 돌연 '유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금융시장 상황과 더불어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날 최고위원회의 전부터 당 내부에서는 금투세 강행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무위원들 사이에서도 '금투세' 강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9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 강행'을 시사한 것과 달리 "당이든 정무위든 금투세에 관해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현장 상황을 고려할 때 도입을 조금 늦추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늦추는 게 맞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여야 합의로 2023년부터 도입하는 것으로 법이 통과됐으나 주식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세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도입 시점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