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예금금리 인상 경쟁 단속 나선 금융당국

2023-11-16     전수용 기자
사진=각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주요 시중은행 정기 예금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했다. 6%대 중반까지 치솟은 저축은행권 예금 금리는 조만간 7%를 넘을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자금시장에서는 은행 예금에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갈수록 또렷해 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시중자금의 은행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에 과당 수신 경쟁을 자제하고 예금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은행이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되면서 2금융권의 유동성이 고갈되는 등 시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5%...저축은행은 7% 시대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5일 ‘KB 스타 정기 예금’ 1년 만기 상품 금리를 연 5.01%로 올렸다. 같은 날 NH농협은행도 ‘NH 올원 e예금’ 1년 만기 상품에 연 5.1%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적용 금리가 매일 바뀌는 ‘우리 WON 플러스 예금’ 1년 만기 상품 금리를 14일 연 5.18%로 올렸다가 15일 다시 4.98%로 내렸다. 정기 예금 금리가 연 5%대 중반에 접어든 저축은행권은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1년 만기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5.49%다. 지난 1월 초만 해도 연 2%대 초반에 불과했는데 약 10개월 새 3%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최근 한국투자저축은행이 3년 만기에 연 6.67%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 예금 상품을 내놔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권 정기 예금 금리가 연 7% 선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경쟁 자제 나선 금융당국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은행 예금에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갈수록 또렷해 지면서 금융당국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등 자금조달 경쟁에 나서면서 보험사와 저축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채권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지나친 예금 유치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개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은행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도 “최근 열린 시장 점검회의에서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은행장 간담회 후속 조치로 14일 7개 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이 참여해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도 금융당국은 “시중자금 쏠림현상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은행권에 거듭 주문했다.

속앓이 하는 은행권

금융당국의 경쟁 자제 둥부에 은행권에서는 문제의식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돈맥경화' 해소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에 적극 협력해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예·적금 유치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높은 금리를 안 주면 예수금 확보가 어렵다”며 “은행채 발행도 막혔는데 '손발을 묶고 경기에 나서라'는 것”이라고 볼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도입된 예대금리차 공시로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상분 이상으로 올리고 대출금리 인상은 자제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과당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원활한 자금조달과 공급을 위해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유예 조치를 넘어서는 유동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