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실손보험료 조정 앞두고 보험사·금융당국 ‘신경전’
2023-11-18 전수용 기자
기대치보다 위험손해율 ‘미미’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132.3%와 비교해 개선됐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올해 실손보험료가 1~4세대 상품 평균 14.2% 인상된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했을 뿐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손해율이 가장 높은 1세대(약 140%)와 2세대(약 130%)는 올해 보험료가 평균 16% 인상됐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으로 전체 위험손해율이 110%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위험손해율 개선은 미미했고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120만원 이상 보험금을 줘야하는 구조가 수년째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17년 121.3%, 2018년 121.2%, 2019년 133.9%, 2020년 129.9% 등 수년째 120%를 넘고 있다. 보험료 인상 대비 위험손해율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의 중심에는 ‘백내장수술’이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일부 병의원들은 백내장수술 '절판마케팅'을 진행했다. 금융당국이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자 일부에서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실손보험 가입 고객들을 부추겼고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이 급증했다. 올해 5월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백내장수술에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손해보험업계에서만 7409억원이다. 실손보험금 지급액의 10%를 넘었다. 한 의료시술종목에 10%가 넘는 실손보험금이 지급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손보업계 측 설명이다.보험업계, 두 자릿수 인상 주장할 듯
업계는 위험손해율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올해도 최소한 두 자릿수 이상의 평균 실손보험료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자가 많은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올해 추가 인하하기로 결정한 만큼 실손보험료는 현실적인 인상률을 고려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이미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흑자를 내고 있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면 적자를 내고 있는 실손보험료는 인상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도 제2의 의료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의 급격한 인상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이처럼 고개를 젓고 있는 이유는 실손보험료 인상분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인상률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사적 보험인 실손보험은 보험료 결정이 판매 보험사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으나, 4000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가입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