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고공행진 이어가는 ‘CP 금리’, 잡을 수 있을까
2023-11-21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CP(기업어음) 금리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다가 5.3%까지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수준이다.
정부 지원책으로 국고채 금리 등이 다소 안정을 찾는 모양새지만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CP금리는 꺾이지 않는다.
돈이 급한 기업들은 CP 시장을 두드리는데 CP를 사줄 곳이 없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이 회계 마감을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신탁이나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에 나서면 CP 금리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91일물 CP금리는 전날보다 0.03% 오른 5.33%에 마감했다. 2009년 1월 13일(5.37%) 이후 최고치다. 지난 9일 5%를 넘긴 이후 쉼 없이 계속 오르는 추세다.
기업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CP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이 여전히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국고채권(3년물)과 한전채(3년) 등은 정부 자금투입 이후 안정세를 보여가지만 CP금리는 끝 모르게 올라가는 중이다. 4%를 넘어갔던 국고채 3년물은 이날 3.787%로 떨어졌고 6%대 육박했던 한전채도 5.476%로 내려앉았다.
기업들이 CP 등 단기자금시장으로 옮겨오면서 수요는 넘쳐나는데 받아줄 곳은 제한적이란 얘기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채권을 외면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일부 여유자금을 확보한 투자기관의 경우에도 채권 내에서 안전 자산이자 환금성이 좋은 국채 중심의 운용을 하는 가운데 크레딧채권은 초우량물 중심의 제한적인 운용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쳐가고 있다. 연말에 기업들이 회계 마감을 앞두고 현금 확보 차원에서 머니마켓펀드(MMF)나 증권사 신탁 계정에서 환매를 하게 되면 CP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연말 회계연도 장부마감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당분간 신중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속도 조절 속에 내년 초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원활해지기 전까지 단기자금시장의 자금경색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P에 금리 부여...의미가 있나?
통상적으로 CP 발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CP 발행금액은 9월 36조원에서 10월 20조원으로 감소했고, 이달 들어 17일까지 13조원을 기록 중이다. 11월 들어 CP 발행보다 상환액이 많아 3조2660억원 순상환됐다.
지난 9월만 해도 4218억원 순발행이었지만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이후 서서히 자금시장 경색이 오면서 10월 6조3540억원 순상환됐고 11월 들어서도 상환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CP 시장 자체의 불투명성 때문에 금리 상승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이사회 결의나 증권신고서 제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정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고 수요예측을 통해 금리와 발행물량을 결정한다.
반면 CP는 만기 1년 미만일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도 발행할 수 있고, 만기 1년 이상인 장기 CP여도 한국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를 하거나 이를 받아줄 특정 금전신탁 위탁자가 총 50인 미만이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받는다.
그만큼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발행 이후 유통되는 과정도 명확지 않아 시장 심리나 유동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P는 깜깜이 카르텔이라 국채나 회사채처럼 호가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기관 간 거래라 투명하지 않다”며 “때문에 CP 금리가 시장금리와 다소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P는 시가평가를 하지 않고 장부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니즈가 맞는 두 기관이 금리를 정해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어서 실세 시중금리와 유동성을 가늠하는 정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