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공시 효과인가...은행 예대금리차 줄어

2023-11-22     전수용 기자
사진=파이낸셜리뷰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정부는 은행들이 직접 금리차를 공시해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7월부터 은행권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차지) 공시를 시행했다.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시행 이후 점차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으로 예금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금리와의 차이를 좁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내 시중은행 중에 예대금리차가 가장 적은 곳은 KB국민은행, 가장 큰 곳은 NH농협은행으로 나타났다. 전 은행권을 포함하면 IBK기업은행이 가장 적었다.

NH농협은행 가장 커

2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0월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NH농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는 1.56%p(포인트)를 기록하며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전월(1.85%p)보다는 예대금리차가 축소됐으나,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예대금리차를 보였다. 농협은행 측은 “구조적인 착시 효과”라며 “주요 은행 중 예금금리를 높고 대출금리는 가장 낮은 편임에도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성 정부 정책 자금을 취급하다보니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은 모두 0%p대 예대금리차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이 0.94%p의 금리 차를 보였고, 이어 신한은행(0.89%p), 우리은행(0.77%p), KB국민은행(0.67%p) 순으로 가계 예대금리차가 컸다. 지방은행과 외국계·인터넷은행을 포함해 공시에 참여한 은행 가운데 가장 예대금리차가 큰 곳은 토스뱅크(5.37%p)와 전북은행(5.37%p)으로 조사됐다. 토스뱅크의 경우 전달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의 수신금리를 제공했지만, 대출금리 인상폭이 더 커지면서 9월 5.04%p에서 10월 5.37%p로 0.33%p 벌어졌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측은 예금금리 산정에 반영되는 고금리 수신상품이 많지 않아 지난달 보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반면 전북은행은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인상하면서 전달 대비 금리차는 오히려 1.06%p 줄었다. 전 은행권에서 가장 금리차가 작은 곳은 IBK기업은행(0.58%p)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농협은행(1.54%p)이 가장 컸고 이어 KB국민은행 1.21%p, 신한은행 1.11%p, 하나은행 1.11%p, 우리은행 1.03%p 순이었다.

예대금리차 줄어든 이유

예대금리차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은행채 발행이 막히고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올린 영향이라는 게 은행권의 지배적 의견이다. 금리인상,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의 영향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없게 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펼쳐야하는 상황이 됐다. 대출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뛰면서 예대차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은 대출 상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고금리 시기를 맞아 예금으로 수익을 늘리는 ‘이자장사’가 확대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업종 특성상 마진을 극대화하는 건 당연하지만, 해외 금융선진국에 비해 전체 수익 규모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과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속도와 폭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