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6연속 기준금리 인상...가계·기업 이자부담 ‘눈덩이’
2023-11-25 전수용 기자
기준금리 3.00%→3.25%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포인트) 인상한 데 대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스텝을 밟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포인트 인상 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의 경우 전망치(2.1%)를 상당 폭 하회하는 1.7%에 그칠 것”이라고 국내 경기에 대해 진단했다. 이와 함께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은행권, 대출금리만 ‘인상’ 이어갈 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소식이 잠잠하다. 금융당국의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 당부에 눈치를 보고 있어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전날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현재 7%대에서 8%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면서 “타행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겠지만 먼저 올리기는 꺼려지는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속도는 조절되더라도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대출금리는 내년 초까지도 오를 것”이라며 “금리 상단은 8%, 9%를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뛰었던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1~1.5%포인트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는 수신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전처럼 큰 폭으로 올리기보다는 기준금리 인상폭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가계 이자 부담 24조원
앞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금리가 0.25%p 올라갈 때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원, 기업의 경우 2조7천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현재 금리 인상 폭을 감안해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기업의 빚 부담은 21조6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미 주택 담보 및 전세 대출 금리 상단이 연초 대비 2배 이상 증가, 연 7~8%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빚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졌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회사채 금리 부담으로 기업은 은행 대출에 몰리는 양상을 띄었다. 채권 시장은 갑작스러운 시장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줄며 가격만 급등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강원도 레고랜드발, 흥국생명 외화채권 콜옵션 미이행 공시 등으로 인해 국내 채권 시장은 한 차례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던 만큼 부정적인 영향을 보완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서민 대출 요건을 완화해 공급을 확대하고, 제2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집행을 위해 일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상이 시차를 갖고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정부와 정책 공조를 통하고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 올라가는 속도를 줄이고 취약 계층의 고통에 대한 거시경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