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우리은행,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1호 되나
2023-11-29 전수용 기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29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금융위는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금융사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한다. 기업의 총괄책임자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CEO가 모든 사고를 방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크고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금융사고'로 책임범위를 한정한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횡령, IT 전산마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 대신 금융위는 CEO가 해당 금융사고를 예방·적발할 것으로 기대 가능한 규정과 시스템을 구비하고 이들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책임을 경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내부통제 관리의무의 실효성도 높인다. 금융회사 이사회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감독하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각 영역의 임원이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를 관리·감독하도록 부문별 책임구조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새롭게 구축되는 금융사 내부통제 제도는 '중대재해법'와 같은 형태로 될 가능성이 높다. 연초 시행된 이 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제도 마련 배경
이처럼 금융위가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은 일련의 사고를 통해 현행 규율체계의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 대상이 되는 업무범위와 의무 이행 여부의 판단기준이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구성원 간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내부통제 관련 권한을 하급자에게 위임함으로써 임원이 책임을 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금융회사는 업권별 협회가 제정한 표준내부통제기준을 한 글자도 수정 없이 그대로 활용하면서 의무로 부과된 형식과 절차를 갖추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감독원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진행 중인 'DLF 중징계 행정소송'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금감원은 CEO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논리를 폈으나, 1·2심 재판부는 '부당한 징계'라는 손태승 회장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담긴 '내부통제 규정 마련 의무' 위반 책임을 금융사 CEO에게 물을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금감원과 금융사는 직원 횡령과 이상 해외송금 사태를 둘러싼 제재 과정에서도 같은 쟁점으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측은 TF 논의 사항에 대한 법리적 검토와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제도내용을 확정하고, 법령 개정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CEO가 수익창출을 위한 성과관리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위험통제를 균형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금융사고 발생을 줄이고, 금융사 지배구조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소급적용 되면 1호는 우리은행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나 금융권 이상 외환거래 사태 등에 소급 적용이 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방안이 확정되면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에게 관리 책임을 묻게 된다"면서 "사고 발생 시점의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다했는지를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금융지주 회장도 대상이 된다”면서 “금감원이 진행 중인 금융사고 제재에 소급 적용하긴 쉽지 않겠지만, 내부통제에 대한 사외이사 등 경영진의 역할이 기존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내부통제 방안은 아직 중간결과이고 여러 업계나 전문가 의견을 듣고 감안할 것”이라며 “소급 적용 여부는 다음에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