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노사 이견 보여

2023-11-30     이영선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정부가 처벌이 아닌 자율과 예방을 내세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내용은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 사전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기업규모와 작업 특성에 맞는 핵심 위험요인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해 대기업은 내년부터, 중소기업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위험성평가 미실시 사업체에 대한 시정명령 또는 벌칙 조항을 신설하고 위험성평가를 했음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이를 수사자료에 적어 검찰·법원의 구형과 양형에 반영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사망사고만인율을 0.43에서 OECD 평균 수준인 0.29까지 대폭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경제계, 일단 환영하지만

경영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에 대한 개선 없이 위험성 평가 등을 도입하는 것은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법령에 의한 규제·처벌 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하고, 현장 근로자의 책임과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안전 주체의 자기 규율과 예방 역량을 기본원칙으로 삼은 데 대해서는 경영계도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로드맵 세부 과제를 살펴보면 자율은 명목뿐이고 오히려 처벌과 감독을 강화해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안전책임 주체인 노사 책임에 기반한 자기규율과 예방역량 향상 지원이라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기본원칙에 공감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다만 재해 발생에 대해 처벌 중심에서 예방 감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감독관의 전문성 제고와 인원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에 로드맵에 담겨 있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반발

하지만 양대 노총은 반발을 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 처벌 등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안전보건규제 완화 내용이 곳곳에 박혀있다”면서 평가 절하했다. 또한 “정부는 안전은 근로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에도 그동안 사업주 책임에 부가된 근로자의 권리 중심으로 강조하면서 근로자가 안전보건주체로서의 현장 참여와 실천적 행동이 부족하다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노동자 참여 없는 사상누각의 자율안전”이라고 비판했다.